'중견(中堅)'은 단순히 중간의 의미가 아니다. 집단을 중심에서 이끌어가는 힘이다. 한국 현대미술에도 중견의 자리에 있는 작가들이 많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이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개성과 작품성을 지닌 46~69세 중견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회 정치적 전환기를 거치며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실력을 쌓아온 이들이 저마다 독특한 '손 맛'이 깃든 신작을 쏟아내며 신흥 컬렉터들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제주 생활의 중도'의 작가 이왈종씨와 한지 조각가 전광영씨,탄광 출신 작가 황재형씨 등이 전시회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황주리 이석주 이수동 이두식 이목을씨의 작품에도 다시 매기가 일고 있다.

◆탄탄한 화력의 중견 작가 작품에 '햇살'

올 미술 시장 지형이 중진 작가들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데다 경기 회복과 함께 컬렉터들이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있어 두터운 수요층을 거느린 중견들의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노화랑은 4월 말 끝난 '작은 그림 큰 마음'전에서 중견 작가 13명의 작품 200여점 중 80%를 팔아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왈종씨를 비롯해 한지 조각가 전광영,색채 추상화가 이두식,소나무 작가 장이규,김덕기,주태석,황주리씨의 작품은 1주일 만에 모두 팔렸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열린 강익중씨의 개인전과 가나아트 갤러리의 사석원 개인전,국제갤러리의 김홍주 개인전에서도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들이 새주인을 찾아갔다.

◆젊은 작가보다 저렴한 작품가격

국내 중견 작가들의 작품값은 젊은 작가들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제주 생활의 중도'로 유명한 이왈종씨의 호당(우편 옆서 두 장 크기) 가격이 200만원으로 중견 작가 가운데 가장 높다. 미술 시장이 활기를 띠던 2007년 호당 300만~400만원까지 치솟은 오치균씨와 사석원씨의 작품은 최근 2년 동안 조정을 거치면서 100만~120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벽돌 화가' 김강용씨의 작품은 국내외 시장에서 호당 125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컬렉터들 관심 집중

일부 30~40대 인기 작가들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중견 작가들은 한국적인 감성을 갖고 있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30~40대 작가는 아직 실험성이 강하지만 50대 작가들은 검증을 거쳐 가격 변동성이 비교적 작고 안정적"이라며 "재료와 기법 등에서 국제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