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바빠졌다. '친서민 · 중소기업' 코드를 뒷받침하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 하반기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정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9월 중 청년실업 종합대책과 물가 안정대책,중소기업 지원대책,10월 저출산 · 고령화 2단계 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친서민 기조에 부합하는 정책이다.

관련 부처들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아이디어 짜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급하게 추진되다 보니 알맹이 없는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제목부터 잡아놓고 거기다 내용을 꿰맞추는 식으로 하다 보니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종합대책은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자는 취지에서 준비되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이미 예고됐다. 당초 정부는 7월 중 고용노동부 등을 중심으로 청년실업 실태를 파악한 후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7월이 다 끝나가는데도 아직 실태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물가 안정대책도 공공물가가 핵심이지만 올릴 수도,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부의 요금 억제로 적자에 허덕이는 관련 공기업을 생각하면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하지만 친서민 기조에 눌려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따라서 공공요금의 경우 서민층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올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저출산 · 고령화 2단계 대책도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주도로 준비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자녀 양육 부담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과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고령화 대책도 기초노령연금을 손질하고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 말고는 별다른 수가 없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연구부장은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내놓는 것 자체를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퍼주기식으로 간다면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도 없는 문제가 있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 위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