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똑같이 일반공모에 따른 유상증자를 공시하고도 증자 목적과 규모에 따라 주가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19일 유상증자를 공시한 엔빅스는 증자 발표 당일 765원이던 주가가 지난 20일 하한가를 포함해 사흘 새 23.52% 급락,585원까지 밀렸다. 8일 유상증자를 발표한 엔엔티도 3거래일 동안 1010원에서 825원으로 18.31% 밀렸다.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주의 권리가 희석된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 발행주식수가 2023만주인 엔빅스는 새로 발행할 유상신주가 1.3배인 2608만주에 달한다.

신주 발행가액이 기존 주가보다 낮다는 점도 한 이유다. 엔엔티는 신주 발행가액을 725원으로 공시한 당일 1010원이던 주가가 4거래일 뒤 765원으로 신주 발행가액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증자를 하면 주가에 타격받는 경우가 많다"며 "그만큼 회사의 자금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상증자 공시로 오히려 주가가 힘을 받는 종목도 있다. 증자 자금이 신규 설비 투자에 쓰여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다.

지난 2일 증자공시를 낸 코아브리드는 이후 4거래일간 주가가 680원에서 1005원으로 47.79% 급등했다. 증자 목적은 운영자금 조달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이 회사가 올 들어 적극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 사업에 주목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8일 태양광발전 사업을 위한 자회사로 코아솔라테크놀로지를 신설한 데 이어,16일에는 이 자회사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14일 3자배정 후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공시한 에스엔유프리시젼도 이후 사흘간 주가가 3.74% 올랐다. LG LCD에 제조장비를 납품하는 이 회사는 아몰레드 제조장비 증설을 위해 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혀 주가가 상승했다.

박양주 대신증권 선임 연구원은 "똑같은 증자라도 증자 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시장은 다르게 반응한다"며 "설비 증설을 목적으로 증자한다면 그만큼 업황이 좋다는 뜻이므로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