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홍콩 JW메리어트호텔 대강연회실.도이치뱅크가 주최한 하반기 투자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주말인데도 손녀를 데려온 노부부부터 이어폰을 꽂은 20대까지 1000여개 좌석을 단숨에 채웠고,늦게 도착한 200여명은 뒤쪽에 서서 들어야 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주가연계증권(ELW) 등 파생상품 투자전략에 집중됐다. 강연에 나선 캐리 장 도이치뱅크 파생상품부문(db-X) 부사장은 "증시가 박스권인 상황에서는 투자 다각화가 필수"라며 "항셍지수, 차이나모바일 등에 연계된 ELW나 조기종료워런트(CBBC)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소개했다.

◆ELW와 CBBC 중 상황에 맞춰 투자

국내에서도 ELW 투자가 인기지만 홍콩은 ELW 거래량 세계 1위다. 현지 경제일간지 지면의 3분의 1 이상을 ELW 관련 기사가 차지하고,라디오에선 ELW 신상품 소식이 24시간 흘러나올 정도다. 소액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ELW의 레버리지 효과가 홍콩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특히 한국이 오는 9월 도입하는 신종파생상품 CBBC는 이미 홍콩에서 자리를 잡았다. CBBC는 기존 ELW처럼 지수나 종목 가격을 추종하지만 조기종료 기준가격(배리어)이 있다는 것이 특징.기초자산 가격이 배리어에 도달하면 만기와 상관없이 상장이 폐지된다. 이때 남은 가치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대박 아니면 쪽박'인 ELW와 달리 투자금의 일정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홍콩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ELW와 CBBC를 자유롭게 오가며 투자한다. 센트럴 지역의 치프증권사에서 만난 30대 투자자 넬슨 초이는 8년째 매일 자신의 넷북을 가져와 워런트 매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투자자금의 10%를 ELW와 CBBC에 투자한다"며 "장 변동성을 활용해 소액으로 단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번에 큰 수익을 내려고 ELW에 '몰빵'하는 한국의 일부 투자 문화를 얘기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손실을 컨트롤하는 게 최고의 투자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니콜러스 탕 치프증권사 이사는 "한국처럼 홍콩에도 초단기 투자자(스캘퍼)가 있지만 워낙 ELW 시장의 유통량이 커 역효과는 미미하다"고 전했다.

◆증권사들 국내시장 선점에 분주



2006년 시작된 홍콩 CBBC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2008년부터다. 금융위기로 증시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예측 가능성이 높고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CBBC가 ELW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CBBC의 하루 거래량은 지난해 말 67억홍콩달러로,2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CBBC는 초미의 관심사다. 도이치뱅크는 전체 시장 종목의 특성을 분석하는 '워런트 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자 교육에 나서는 등 시장 선점전을 시작했다. 게리 수엔 도이치뱅크 db-X 아시아지역 대표는 "홍콩과 한국 워런트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이 투명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독일과 홍콩에서의 경험을 살려 1년 반 안에 국내 '톱3'에 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우 한국투자 등 국내 증권사들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윤혜경 한국 도이치증권 워런트부문 마케팅 이사는 "CBBC 역시 '무위험'은 아니라는 점을 국내 투자자에게 알리는 게 과제"라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3~4년 안에 홍콩과 한국 CBBC 시장이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