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군 화순읍에서 남서쪽으로 30㎞ 떨어진 봉하마을은 운주사와 가까운 작은 두메산골 마을이다. 봉학동마을의 봉자와 하고기마을의 하자를 합쳐 봉하마을이라 부른다. 봉학동마을은 마을의 생김새가 봉황이 날아가는 형국이라 이같이 불렸다고 전해진다. 하고기마을은 산중턱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전남 나주시,영암군,장흥군,화순군의 경계지역에 자리잡은 오지마을이다. 마을 규모도 작다. 27채의 가옥이 들어서 있고 마을주민은 총 43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1만7000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마을 뒤에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수락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수락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계곡에는 '마고선녀 폭포''선녀탕''선녀 손톱자국' 등 폭포와 소,여울들이 늘어서 있다. 마을 인근에 운주사와 능주향교,조광조 유배지,화순 고인돌공원 등의 역사유적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최원규 마을대표는 "주변에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가 있어 자연 속에서 시원하게 뛰놀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농사체험과 전통민속놀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계절별로 다양하게 마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는 △표고버섯 체험 △옥수수 따기 체험 △고추따기 △시냇물에서 피라미 잡기 등을 할 수 있다. 봄이면 △산나물 채취 △산더덕 캐기 △솔잎차 체험 △나뭇잎-풀잎으로 100가지 술 담그기 △차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 가을엔 △단감 따기 △대봉감 따기 △배추 · 무 · 콩 · 참깨 수확하기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7~8월에 방문객이 가장 많지만 겨울에도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옥수수차 만들기 △옥수수 뻥튀기 만들기 △메주 만들기 △청국장 만들기 △김장 담그기 △돼지 우리에 가두기 등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별로 3000~5000원을 내면 마을주민들이 직접 설명해준다. 이들 프로그램은 마을 부녀회 주관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푸근한 인심과 훈훈한 인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봉하마을의 자랑 가운데 하나는 풍성한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선 최근 보기 힘든 '즙장'(즙지이)도 맛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이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다음으로 즐겨 먹던 전통 장류 가운데 하나지만 최근 제조법과 형태가 거의 잊혀져가고 있다. 전라도와 충청도,경상도 등 중부 이남에서 즐겨 먹던 별미장인 즙장은 된장처럼 여러달 발효시키는 것이 아니라 담가서 바로 먹거나 7일에서 10일 정도 발효시켜 먹는다. 즙장에는 메주가루,보리밥,물엿,굵은 소금,고춧가루와 기호에 따라 도라지,절인 고추,절인 고춧잎 등이 들어간다.

겨울엔 '청국장'을 추천한다. 청국장은 메주콩을 10~20시간 더운 물에 불렸다가 물을 붓고 끓여 잘 익힌 다음 자연발효시킨다. 그릇에 짚을 몇 가닥씩 깔면서 삶은 콩을 퍼담아 60도까지 식힌 다음,따뜻한 곳에 놓고 담요나 이불을 씌워 45도로 보온하면 누룩곰팡이가 번식해 발효물질로 변한다. 누룩곰팡이는 40~45도에서 잘 번식하며 단백질 분해효소 · 당화효소 등 몸에 좋은 효소가 많아 소화율이 높다.

봉하마을의 요리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통돼지 바비큐'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키운 돼지를 숯불에 구워 먹는 요리다. 통돼지 바비큐는 7~8시간 정도 은근한 불에 구워야 완성되는 특별요리다. 가격은 60만~100만원으로 30~50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10시간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다슬기를 통째로 갈아 끓여 만든 다슬기탕과 삶은 다슬기를 양념에 무친 다슬기회도 별미다. 또한 미꾸라지를 양념과 함께 끓인 추어탕과 기정떡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준다.

식사를 한 후엔 수락산 폭포에 가볼 만하다. 또한 와불과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와 통일신라 헌덕왕 말기(809~825년) 도의선사가 창건했다는 개천사가 있다. 전남의 명산인 무등산과 백아산의 산세도 구경할 수 있으며 수만리의 만연폭포와 철쭉 자연군락지도 구경할 수 있다.

잠은 전통 한옥집에서 잘 수 있다. 36.3㎡(11평)짜리 한옥 4채와 66㎡(20평)짜리 1채가 마련돼 있다. 가격은 하룻밤에 10만~15만원이다. 식사도 한옥에서 할 수 있다. 주메뉴인 청국장 된장 백반은 6000원,닭백숙과 오리로스는 4만원이다. 한옥 외에도 늘푸른농원이라는 민박집이 있다. 방이 7개로 구성돼 있으며 하룻밤에 5만~7만원이다. 인터넷(www.bongha.kr)이나 전화(061-375-3257)로 예약을 받는다. 최 대표(011-9716-1483)에게 직접 전화해도 친절히 설명해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