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설정된 해외펀드의 환헤지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일 주간보고서를 내고 "지난 5월 말 현재 2758개 해외펀드 중 64%인 1773개 펀드가 환헤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유형별 환헤지 비율은 주식형이 64%,혼합형이 76%에 달했다"고 밝혔다. 1121개 펀드는 보유 중인 외화자산의 80% 이상을 환헤지했고,외화자산보다 환헤지 금액이 더 많은 상품도 231개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국내와 달리 외국의 해외펀드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연기금의 경우에도 외화자산 중 환헤지를 하는 비율은 낮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은 환헤지 비율이 40%대에 그쳤고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CalPERS)은 25%로 파악됐다. 특히 일본 공적연금(GPIF)은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민규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해외펀드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5년 당시 '환율 변동에 노출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져 환헤지 상품에만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달러나 유로화에 비해 원화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펀드 대부분이 환율 움직임이 불안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설정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윤종문 연구원은 "해외펀드 수익률과 환헤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환헤지 비율이 높을 수록 수익률은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며 "펀드 판매사는 지나친 환헤지가 펀드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