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자의 '큰 손' 국민연금기금(연기금)이 지난달 말부터 코스닥 테마주를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

연기금은 올해 유럽발(發) 재정위기 등이 한국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할 때 지수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등 주로 대형 우량주를 매입하는 장기투자자로 유명하다.

그런 연기금이 태양광 갤럭시S 자전거 관련 테마주들을 보유 중이라고 잇따라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OCI머티리얼즈(옛 소디프신소재) 에스피지 인탑스 등이 그 주인공이며, 이들은 모두 호실적주로도 통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6일 코스닥 상장업체인 OCI머티리얼즈의 주식 약 65만주(지분 6.20%)를 확보했다. 연기금은 5월 중순께 54만주, 이달초 10만주 가량을 나눠 샀다.

OCI머티리얼즈는 코스닥 시장에서 태양광 테마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 회사는 반도체, LCD 패널, 태양광전지 제조 등에 쓰이는 특수가스(NF3, SiH4, WF6, DCS)를 만들고 있으며, 이 부분이 매출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OCI머티리얼즈의 지분 약 49%(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는 태양광 원료 전문업체인 OCI의 계열사이기도 하다.

연기금은 또 지난달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 테마주에도 손을 댔다.

연기금은 갤럭시S 테마의 대표주 중 하나인 인탑스의 주식을 지난 4월 21일 약 42만주를 순매수한데 이어 지난달 25일 9만여주를 더 샀다. 이번 추가 매수로 연기금은 인탑스의 보유지분을 기존 5% 미만에서 6.06%로 끌어올렸다.

인탑스는 휴대폰 케이스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로, 파트론(안테나 제조) 인터플렉스(FPCB) 등과 함께 갤럭시S 부품 관련 3인방으로 꼽힌다.

인탑스는 갤럭시S의 판매량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경우 최우선 선호주(top pick)로 거론될 정도로 증시에서 관심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갤럭시S의 선전으로 스마트폰 공급이 확산되면 케이스(인탑스)나 안테나칩(파트론) 등 범용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영업실적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이 이들보다 먼저 투자한 테마주도 있다. 바로 자전거 관련주인 에스피지다. 연기금은 에스피지의 지분 중 일부인 1.06%(약 13만주)를 최근 장내에서 팔았지만, 아직 68만여주(약 5.3%)를 보유 중이다.

에스피지는 현재 정부의 하이브리드 자전거 정책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모터공급사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에스피지의 경우 지난 2분기부터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와 관련된 매출이 인식될 것"이라며 "고수익 모델과 신제품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기금이 최근 사들인 이들 테마주는 올해 실적 전망도 좋다.

OCI머티리얼즈는 올해 매출 2656억원, 영업이익 896억원을 각각 달성하고, 내년엔 3675억원과 133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KTB증권은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영업이익이 830억원에서 내년에 1208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인탑스는 올 3분기부터 갤럭시S 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매출액이 전기대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갤럭시S의 케이스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효과는 6월부터 본격하되면서 3분기 매출액이 전기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전기대비 5.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에스피지의 경우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2.1%와 172.7% 급증한 300억원과 30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하이투자증권은 분석했다. 에스피지의 영업실적은 올 1분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61%와 38.4% 늘어났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