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최종라운드가 진행된 지난 18일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는 이색 행사 하나가 열렸다. 골프장 관리를 위한 굴착기 기증식이다. 이날 제공된 굴착기는 이번 대회 공식 후원사 중 하나인 두산그룹 계열의 두산인프라코어가 생산한 'DX55W' 모델.바퀴가 달린 휠 굴착기로,여러 장비를 부착해 관중석 보수 등 골프장 시설 관리에 쓰이게 된다.

기증식에는 박용만 ㈜두산 회장(왼쪽)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등 두산그룹 최고 경영진과 디 오픈 주관기관인 영국 왕실골프협회(R&A)의 피터 도슨 총괄 디렉터 등이 참석했다. 두산은 굴착기 기증뿐만 아니라 15~18일까지 대회기간 내내 갤러리들이 굴착기,휠로더 등 중장비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골프장 내에 두산 전시관도 운영했다. 두산이 공식 후원사로 등록하면서 낸 후원금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이 디 오픈 후원에 나선 것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영국의 밥콕(발전설비 및 엔지니어링),루마니아의 IMGB(주 · 단조),체코 스코다파워(발전용 터빈),미국 밥캣(건설기계) 등을 인수 · 합병(M&A),두산밥콕과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 등으로 이름을 바꿨지만,유럽이나 미주 시장에서는 여전히 두산 브랜드가 생소한 실정이다. 두산 측은 약 25만명의 갤러리가 직접 골프장에 나와 대회를 관람하고,BBC와 ESPN 등을 통해 전 세계 163개국에 중계되는 디 오픈 챔피언십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두산은 이번 대회 후원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후원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적극 진출할 예정"이라며 "생각보다 브랜드 홍보 효과가 커 앞으로 3~5년간 대회 후원을 지속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