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750선까지 오르자 잠잠하던 펀드 환매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전 고점을 돌파한 지난 14일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ETF) 제외)에서는 3470억원이 순유출됐다. 코스피지수가 1730선에 근접했던 지난달 25일 순유출액(3779억원)에 이어 가장 많은 규모다.

이달 들어 7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680선에서 횡보하자 2335억원이 순유입되면서 펀드 환매가 진정되는 듯했으나 8일 지수가 1700선에 바짝 다가서자 환매가 나오기 시작해 엿새 동안 6375억원이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환매 기준점으로 삼는 1700선을 넘어서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환매 욕구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7년 코스피지수 2000선에서 펀드에 가입한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봤던 투자자 가운데 아직 환매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전 고점 회복을 계기로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환매된 자금은 상당부분 증권사의 자문형 랩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성운 우리투자증권 GS타워 웰스매니지먼트센터(WMC) 차장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돌파하면서 고객들이 국내 및 해외 펀드를 한꺼번에 정리해 5000만~1억원씩 자문형 랩으로 옮겨타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돌파하더라도 펀드 환매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박스권 상단에서는 항상 손해폭을 줄이거나 차익을 실현하려는 환매 욕구가 높아지게 마련"이라며 "지난해 1500선이던 환매 기준점은 현재 1700선으로 높아진 상태지만 지수가 추가 상승하면 기준점이 1800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