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열 재생설비 기술력 살려…美 벡텔 물량 수주후 일감 몰려
EPC사업으로 고부가제품 강화
2006년 2월 김정신 사장(48)이 취임했을 당시 디케이티(옛 대경테크노스)의 경영지표(2005 회계연도)는 말이 아니었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스타 벤처'로 통했다. 2003년엔 매출 510억원,영업이익 28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만인 2005년 3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불과 6억원 상당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회사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횡령설이 불거졌고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불량 기업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상장폐지됐고 2005년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주요 거래처도 발주 물량을 끊었다.
회사는 벼랑끝에 몰렸지만 정유화학 · 플랜트 설비 노하우와 폐열 재생설비 관련 기술력은 쉽게 사장되지 않았다. 김 사장이 이 회사를 주목한 까닭이다.
환경설비 업체인 KS엔지니어링을 경영하던 김 사장은 신사업을 모색하다 인수 · 합병(M&A) 매물로 나온 디케이티를 큐캐피탈과 공동으로 인수했다. 지분 29%를 보유한 그가 경영을 맡고 큐캐피탈(지분 52%)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섰다. 김 사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인력부터 확충했다. 70여명의 직원으로는 대규모 설비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2006년 이후 3년간 100여명이 넘는 신입사원을 뽑았다"며 "당시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여서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4개월간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쳐 현장에 투입됐다.
여기에 김 사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두산메카텍과 KS엔지니어링 등의 영업 전문가들을 합류시키고 회사 조직도 담당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또 폐열 회수 보일러(HRSG) 시장의 본격적 성장에 맞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고성능 HRSG 개발에 나섰다.
디케이티는 2006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수주 물꼬는 외국에서 터졌다. 미국 벡텔의 인도 정유 플랜트 건설에 들어가는 화공설비를 수주했다. 이후 그동안 발주를 끊었던 국내 엔지니어링 · 설비 업체들도 다시 디케이티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2006년 230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980억원으로 급증했고 2008년에는 2300억원까지 치솟았다. 영업이익은 450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매출이 1600억원대로 감소했지만 이익률은 소폭 상승했다.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90%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경제신문과 무역협회가 공동 선정하는 '제31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 수상자로 뽑혔다.
디케이티는 플랜트 산업 호황기를 맞아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플랜트 설비 부문에서는 단순히 설비를 공급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엔지니어링,구매,시공을 통합 수주하는 EP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몽골에서 7450만달러 규모의 시멘트 플랜트를 EPC 방식으로 수주하며 그 첫삽을 떴다.
디케이티는 최근 최대주주인 큐캐피탈이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재상장을 추진했지만 최대주주 지분이 너무 커 장내에서 매각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사장은 "경영권을 인정하고 회사의 성장성에 보탬을 줄 수 있는 재무적 투자자를 중심으로 인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