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은 말한다. "툭하면 물건을 사오고도 돈을 벌었다는데 무슨 논리가 그런지." 쇼핑하고 온 부인이 원래 얼마짜리인데 세일해서 얼마에 샀으니 얼마를 벌었다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아내의 주장은 확실하다. "쓸 만한 건 한푼이라도 쌀 때 사두는 게 돈 버는 일이다. "

티격태격해도 사람 마음은 다르지 않다. 기왕이면 같은 물건을 남보다 싸게 사고 싶다는 게 그것이다. 그러니 다들 값을 깎지 못하면 덤이라도 얻으려 한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1+1 마케팅이나 사은품 혹은 경품 제도가 생겨난 바탕이다.

그 자리에서 깎아주거나 덤을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뭔가 얻는다는 느낌과 함께 재구매를 하도록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게 마일리지(포인트) 제도다. 사용 금액이나 횟수에 따라 일정 비율의 점수를 적립,현금처럼 쓰게 해주거나 스티커(도장)를 발급,10장 모으면 한 번은 공짜로 이용하게 해주는 식이다.

마일리지 제도는 1981년 미국 아메리칸항공에 의해 처음 도입됐다. 이후 항공사는 물론 카드회사,백화점을 거쳐 커피숍,화장품 매장,미장원,피자집으로까지 번졌다. 지금은 유통이나 서비스 업체의 경우 실시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문제는 마일리지나 포인트 사용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항공사처럼 일정 점수 이상 되지 않으면 쓸 수 없도록 해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유효기간을 두거나 일정기간 이용실적이 없으면 자동소멸되도록 해놓은 곳도 있다. 결국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마일리지를 위해 주소와 휴대폰번호,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만 내준 꼴이 되기 일쑤다.

성수기엔 못쓰는 등 이용상의 어려움과 유효기간 설정 등으로 논란이 됐던 항공사 마일리지 사용 관련 기준이 개선된다는 소식이다. 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 끝에 2008년 7월1일 이후 적립된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그 이전 적립부분은 평생 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마일리지로 예약 가능한 좌석 비율도 기존 4%에서 8%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마일리지 누적에 따른 잠재적 수지악화 부담이 큰 항공사 입장에선 나름대로 큰 맘 먹고 내린 결단일 수 있다. 그러나 마일리지 적립에 따른 보상은 고객에 대한 약속이다. 되도록 못쓰게 막을 게 아니라 가능한한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도리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