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렉서스 RX450h는 부드러운 주행감과 정숙성,탁월한 연비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았다. 90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가격이 부담되지만 않는다면,이 차를 타면서 후회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RX450h는 3.5ℓ V6 앳킨슨 사이클 휘발유 엔진과 고출력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카다. 최고출력 299마력(시스템 출력 기준)의 힘을 내는데,이는 8기통짜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차의 공인연비가 ℓ당 16.4㎞로,국내에서 시판 중인 SUV 중 최고란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동력 성능이다. 연비가 뛰어나면 동력성능에서 손해를 보고,반대로 힘이 세면 연비 수준이 낮은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전기모터가 보조 동력을 제공해 이 같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다.

이 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42g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154g)보다도 적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선택할 만한 대안이다.

도요타의 대표 하이브리드 SUV인 RX450h의 또 다른 장점은 저속 단계에서 특히 조용하다는 점이다. 출발할 때와 저속으로 주행할 때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방식이어서다. 시속 40㎞ 이하의 속도에선 오로지 모터로만 달릴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처음 밟을 때 전동 열차가 천천히 출발할 때처럼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만,이마저도 귀를 기울여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실내에선 주행 모드에 따라 3단계로 차량 높이를 선택할 수 있는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조절장치가 눈에 띄었다. 속도 별로 최적의 높낮이를 유지해 승차감과 함께 주행 안전성을 높여주는 데 기여한다. 짐을 실을 때 트렁크 높이를 3㎝ 낮춰주는 로딩 모드가 추가됐다. 짐이 무거울수록 3㎝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실내에 탑재된 다양하고 섬세한 편의장치는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줬다. '에코 모드 지시계'가 눈에 들어왔는데,연료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재의 연비 상태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내비게이션은 대형 8인치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조작하는 방법이나 시야 각도 등이 딱 적당했다. 센터 콘솔에 솟아있는 다이얼을 가만히 손에 쥔 채 컴퓨터의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처럼 손가락 끝으로 까딱까딱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은 참신한 아이디어다. 화면에 직접 손가락 끝을 대고 정보를 확인하는 터치식 조작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내비게이션보다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RX450h는 안전성 면에서도 일반 동급 SUV를 압도한다. 차체 구조물의 42% 정도를 고장력 강판으로 설계해 충돌 때 사망 및 부상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도요타 연구소에서 총 233번에 걸쳐 충돌 실험을 실시했다고 한다. 사이드 · 커튼 및 무릎 에어백 등 10개의 에어백을 내장하고 있다.

BMW가 전매특허처럼 장착해온 헤드업 디스플레이(차량 앞면 유리에 주행 속도 등 각종 정보를 띄워주는 장치)를 달았다. 경쟁사가 먼저 채택했어도 소비자를 위해 과감하게 도입한 점은,도요타의 또 다른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