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제조업체인 SWC의 조명근 해외영업부장 책상 위에는 항상 '이슬람력'이 펼쳐져 있다. 최대 매출처인 중동시장의 판촉전략을 짜기 위해서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가장 소비가 활발해지는 라마단 기간을 앞두고선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조 부장은 "중동시장에 시계를 수출해 올리는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국내선 잊혀진 회사이지만 중동에선 잘 나가는 회사"라고 귀띔했다.

한때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SWC(대표 정영석 · 옛 삼성시계)가 '열사의 땅' 중동에서 부활하고 있다. SWC는 1987년 '삼성시계'로 출발해 한때 국산 시계 시장 1위에 올랐던 알짜 기업.1990년대에 선보인 카파,쎄씨 등은 젊은층을 공략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저가 시계에 밀려 수출 길이 막히면서 삼성그룹 내에서 '미운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결국 1998년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회사 체제를 종업원 지주회사로 탈바꿈했지만 '살길'을 찾기는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주력한 게 중동시장 공략이었다. 삼성그룹에서 분사하기 전까지 구축해놓은 대리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SWC 관계자는 "현지 고객의 취향에 맞게 매년 100~150여개의 새로운 브랜드를 내놨다"며 "모던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중동 지역 고객들은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골드' 제품을 선호해 그 분야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SWC는 작년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지역 중저가 시계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올렸다. 작년 회사 전체 매출(100억원) 가운데 70~80%를 중동지역 수출로 기록했을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시계 제조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비해 SWC는 중동 시장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엔 중동 시장에서 20~30% 매출 성장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뉴스카페] 잊혀진 삼성시계, 중동서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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