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등에서 성폭행을 당한 초등학생이 선처를 요구했음에도 법원이 10대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1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성모(19)군은 지난해 8월 초 오전 1시께 윤모(17)군과 함께 12살짜리의 여자 아이 2명을 데리고 서울 성북구 월곡동의 한 찜질방을 찾았다.

성군은 찜질방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A양에게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자"며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 이기게 되자 성관계를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강제로 욕을 보였다.

같은 시간에 윤군은 음침한 토굴 방에서 B양을 성폭행했다.

성군은 이후에도 빌라 계단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여자 아이들을 데려가 '가위바위보 게임'을 거쳐 4차례에 걸쳐 3명을 성폭행했다.

윤군도 동네 놀이터에서 여자 아이에게 '사귀자'고 꾀어 인근 화장실, 피해자 집 등에서 성폭행하는 등 10대 소녀 2명을 5차례에 걸쳐 성적으로 짓밟았다.

10대 초반의 피해자들은 성폭행을 당하고도 엄청난 범죄 피해를 겪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 윤군 등을 '오빠'라고 부르며 계속 어울렸다.

이 때문에 이들의 범행이 한때 문제 되지 않는 듯 했으나 도둑질하다가 덜미가 잡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성폭행 사실이 들통나 기소됐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10대임에도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중시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강을환)는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청소년강간 등)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성군에게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 6개월에 벌금 30만원을, 윤군에게는 징역 장기 2년, 단기 1년6개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군에게 "미성년자의 성은 어떤 상황에서든 보호되어야 하는 만큼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고, 윤군에게는 "전과가 없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도 있지만,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도망다닌 점 등을 지나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