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끝에 붙잡아 경찰에 인계…경찰서장 표창장 받아

중학생 3명이 자신들보다 몸집이 훨씬 큰 아동 성추행범을 검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열 여섯살 동갑내기인 이 모ㆍ장 모ㆍ 김 모 군은 지난 3일 낮 2시40분께 은평구의 PC방에 놀러 갔다가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한 소녀를 발견했다.

초등학생 A(12)양이 화장실의 좌변기 부스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황급히 뛰쳐나오는 모습을 본 것이다.

이어 같은 부스에서 김 모(17)군이 뒤따라 나와 재빨리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고는 '나쁜 짓을 하고 도주하는 놈이다'라는 직감에 무작정 쫓기 시작했다.

김 군의 키가 186㎝나 될 정도의 거구였으나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전력 질주한 끝에 PC방 건물 입구에서 붙잡는데 성공했다.

건물 계단을 달려 내려가 자신의 자전거 잠금장치를 풀려는 사이 뒤쫓아온 3명이 합세해 제압할 수 있었다.

두 명이 김 군의 양팔을 꼼짝 못하게 붙든 상황에서 나머지 한 명이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했고, 5분여만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김 군을 넘겼다.

조사 결과 김 군은 A양을 화장실 부스 안으로 강제로 끌고 가 몸을 더듬고 입을 맞춘 것으로 드러나 지난 5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됐다.

김 군은 `(범행) 전날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 이외에는 진술을 거부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은 성인들도 범죄 현장을 외면하는 세태에서 최근 사회문제화된 성추행범을 몸을 사리지 않고 검거한 이 군 일행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포상으로 액자형 시계와 신고보상금 20만원씩 건넸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