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5세 일본 여중생이 자기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9일 새벽 효고(兵庫)현 다카라즈카(寶塚)시에서 민가가 불에 타 안에서 잠을 자던 일본계 브라질 여성(31)이 중화상을 입은 뒤 병원에서 숨졌고, 동거남(39.브라질)과 차녀(9.브라질)는 중태에 빠졌다.

일본 경찰은 중학 3학년생인 장녀(15.브라질)와 동급생인 여학생(14.일본)을 살인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9일 오전 2시30분께 장녀의 가족을 살해하기 위해 이 집 벽에 착화제를 바른 뒤 라이터로 불은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저마다 흉기도 한 개씩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의 가족은 전원 브라질 국적으로, 일본계 3세인 어머니가 장녀가 4살 때 일본에 온 뒤 또다른 일본계 브라질인과 동거하기 시작해 차녀를 낳았다.

장녀는 범행 동기에 대해 "부모가 미웠다"며 "부모에게 미움을 받았고, 가족 안에서 외톨이로 소외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녀는 학교에서도 "외국인"이라거나 "브라질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으며 '왕따'를 당했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장녀는 부모에게 체벌을 받는 데 불만을 느낀 동급생과 공모해 서로 상대방의 집에 불을 지르기로 했지만 동급생이 방화에 성공한 반면, 자신은 친구 집에 식용유만 뿌린 채 불을 지르지 못했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며칠 전부터 다른 친구들에게 "부모를 죽이고 소년원에 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고, 범행 후에는 속옷을 챙겨 넣은 가방을 든 채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