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시만 써야 고매하게 평가받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다른 글을 쓰면 어디서 바람피우는 것처럼 봐요. 그런데 동시도 저한테는 의미가 크거든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창의성 교육에 이보다 좋은 것도 없고요. "

소월시문학상,백석문학상 등 굵직한 상을 받았던 시인 안도현씨(49)가 두 번째 동시집 《냠냠》(비룡소)을 펴냈다. 비룡소의 동시집 시리즈 '동시야 놀자'의 열 번째 책이다.

《냠냠》은 멸치볶음,누룽지,김치,파래무침,쑥국,곰취나물 등 전통적인 먹을거리를 소재로 한 동시 40편으로 구성돼 있다. 야채는 먹기 싫다거나 콩나물처럼 얼른 키가 자랐으면 하는 마음,자장면 냄새에 유혹당하는 하굣길,가족과의 관계 등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그렸다. 우리 동네에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지만 지구 저편 어딘가엔 밥을 굶는 친구들이 있는 시대상도 담았다. 언어의 리듬감과 설은영씨의 그림이 잘 어우러져 있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읽어도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재미있다.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허기를 채우거나 투정을 부리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살과 뼈,피를 만드는 중요한 것이잖아요. 밥그릇에 밥을 고봉으로 푸짐하게 올려 주는 것이 생일날 아침 어머니의 선물이던 시절도 알려주고 싶었죠."

그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시 창작시간에 "음식을 잘 만들어야 시도 잘 쓴다"고 강조한다. "라면을 하나 끊여도 나만의 특별한 라면에 대해 고민하는 것,그런 과정에서 창의성이 생기잖아요. "

국내 동시계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어린이 문학시장이 동화 중심으로 치우쳐 동시가 주변부로 밀려난 데에는 판에 박힌 듯한 '동심 천사주의표'시들만 양산한 현실도 한몫했다는 것.그는 동시인들 스스로 갖는 '변방의식'을 지적하며 윤동주 정지용 박목월 등 한국 신문학 초기부터 주요 시인들이 동시를 썼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선 아이들의 고민도 즐겁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그들의 눈높이와 상상력,엉뚱함을 따라가지 않거나 지금 이 시대 아이들이 뭘 생각하는지 들여다보지 않으면 절대로 아이들의 심장에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

이번 동시집을 내면서 주변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의 식단을 조사하고 음식 관련 논문들을 찾아 읽으며 법석을 떤 이유이기도 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