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벤처] 웨이브일렉트로닉스, 美·日서 '증폭기' 메이저기업과 한판 승부
국내에서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후반.하지만 2000년 초반까지 휴대폰 통화를 위한 필수장비인 기지국과 중계기에 쓰이는 증폭기(앰프)는 전량 외국산을 들여와 사용했다. 국내엔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웨이브일렉트로닉스(이하 웨이브일렉)는 증폭기를 국산화한 몇 안되는 국내 벤처기업 중 하나다. 미국 파워웨이브 · 앤드류,일본 JRC 등 쟁쟁한 외국 장비업체와 경쟁하면서 회사 설립 10년 만에 국내 증폭기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스트롱 벤처] 웨이브일렉트로닉스, 美·日서 '증폭기' 메이저기업과 한판 승부
웨이브일렉의 성공신화를 만든 사람은 현직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인 박천석 사장(50)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81학번),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 전자공학 석 · 박사 출신인 박 사장이 회사를 세운 것은 1999년.당시 성균관대 교수로 있으면서 KAIST 후배 4명과 함께 벤처회사를 차렸다. 사업아이템은 평소에 관심을 뒀던 증폭기였다. "증폭기는 휴대폰의 음성 및 데이터 신호를 받아 이를 확장시키는 것으로 사람으로 치면 '목젖'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입니다. 휴대폰 보급이 늘어날수록 증폭기 시장도 무한대로 열릴 것이라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죠."

초창기 중계기용 증폭기에만 매진했던 웨이브일렉은 2007년부터 기지국용 증폭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박 사장은 "기지국 장비는 대기업이 만들고 중계기는 중소기업이 만드는 품목인데 수익성은 아무래도 기지국 쪽이 높다"며 "2007년 삼성전자 등 기지국 제조사를 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년여를 신규거래선 개척에 공들인 끝에 웨이브일렉은 삼성전자란 대형 고객을 잡았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만드는 국내 및 수출용 기지국 장비에 증폭기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지난해엔 'RRH'란 차세대 소형 기지국 장비를 자체 개발하는 등 기술 확보에도 주력했다. 기존 기지국 장비의 경우 제어부와 무선부(RF)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기 때문에 대형 캐비닛만큼 크다. 하지만 RRH는 무선부(RF)만 따로 떼어내 서류가방 정도로 크기를 대폭 줄인 장비로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웨이브일렉의 RRH는 현재 KT가 설치하고 있는 와이브로용 기지국 장비에 전량 쓰이고 있다. 올 3월엔 히타치를 통해 일본 2위 이동통신업체 KDDI에 75억원 상당의 RRH를 수출했다.

신규거래선 확보,기술 개발의 성과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2007년 229억원이던 매출은 작년 39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600억원이다. 박 사장은 "스마트폰 확산으로 나타나는 데이터 트래픽(정체)을 해소하기 위해 이동통신업체마다 기지국 증설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RRH와 같은 소형 기지국 장비 수요는 앞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웨이브일렉은 올해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일본에 이어 미국 기지국 장비제조 회사와 공급조건을 협의 중이다. 박 사장은 "인구가 많고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일수록 기지국 수도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런 곳들이 우리가 개척해야 할 시장"이라며 "연말께 미국 진출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며 추후 유럽 쪽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진출에 성공한다면 내년 매출 1000억원,영업이익 100억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증폭기 외에 AMOLED 장비 등 신사업으로 성장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