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악재는 이미 악재가 아닙니다. 남유럽 재정위기에다 미국 경제지표마저 부진해 최근 국내 증시가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 서서히 회복해 연말에는 1750~1800선까지 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

이윤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54 · 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밝은 데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9배 정도로 선진국 평균(13~14배)보다 낮아 단기 조정을 받더라도 더 오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빠져나가는 자금의 상당 부분은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계 자금"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 자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1982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해 주식운용본부장(CIO),기업금융(IB)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28년 경력의 자산운용 전문가다. 2008년 4월부터 사학연금의 자금 운용을 맡아 지난해 약 6조6000억원의 자산으로 12.67%의 수익을 냈다. 이는 사학연금이 시가평가 기준 수익률을 집계한 2000년 이래 최고 수준이며,국내 주요 연기금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올 상반기에도 7.03%의 탄탄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외국인이 매도세를 보이자 연기금이 순매수에 나선 것과 관련,그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안함 사태,남유럽 악재 등 증시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장은 충격을 받아왔지만 금방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증시 악재를 악재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저가 매수기회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이 단장은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때마다 쫓아가면서 사들이면 단가가 높아져 원하는 수익률을 낼 수 없다"며 "증시가 일시 충격을 받았을 때 사놓아야 단가를 낮추고 수익성도 좋아진다는 생각을 갖고 시장을 늘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건설 · 금융업종에서 새 기회를 찾고 있다. 기존 주도주인 IT · 자동차주는 가격이 한 단계 올라선 만큼 덜 오른 종목의 편입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다.

시장에는 주도주가 항상 탄생하는 만큼 기관 간 수익률 경쟁은 차기 주도주를 얼마만큼 미리 싸게 확보했는가에서 판가름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웅진에너지 등 공모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단장은 "시장 주도주는 항상 바뀌는 만큼 싸게 보이는 주식을 미리 사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동안 조정을 많이 받은 건설 · 금융주의 경우 부실기업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만큼 살아남은 기업들의 주가는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8조4000억여원을 굴리고 있는 사학연금은 장기적으로는 채권 등 안전자산보다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주식 투자는 연내 970억원을 더 집행해 투자비중을 현재 19.1%에서 20.3%로 높이고,2012년까지 이를 30%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부동산 · 상품 · 사회간접자본 등 대체투자 부문도 현 12.1%에서 20% 수준으로 높일 예정이다.

이 단장은 "회사채(AA등급) 수익률이 연 4%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주식 등 위험자산 보유비중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며 "세계 어느 시장이든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박민제/사진=허문찬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