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은 5일 삼성중공업의 컨테이너 선박 수주로 신조선발주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한국 조선업체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약이라며 조선업에 대한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최선호주로 현대중공업을, 차선호주로 현대미포조선을 꼽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일 아시아지역 선주로부터 8000TEU급(TEU: Twentyfoot Equivalent Unit, 20피트짜리 컨테이너 박스 1개를 의미하는 단위) 컨테이너선박 10척을 수주, 1조2681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것과 같은 중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08년 10월 이후 처음 신조선 수주시장에 나온 것"이라며 "한 때, 컨테이너 선박 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한 달에 50척 가까운 발주량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해 그 어떤 선종보다 큰 손실을 안겨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컨테이너 운송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감속운항(slowsteaming) 감행했고 최근에는 주요노선의 물동량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선박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성사된 계약이 큰 의미를 갖는 부분은 선박의 가격에 있다. 엄 애널리스트는 "1척당 계약가격은 1억300만달러로 벤치마크 가격 대비 무려 10% 이상 높다"며 "계약 이전에는 1TEU 당 1만달러 미만에 계약될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해 컨테이너 선박 수주가 나오더라도 조선업체가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1TEU당 1만3000달러에 가까운 가격에 성사됐다"며 "1만3000달러는 과거 선사들이 1만TEU급 이상의 선박을 가장 높은 선가로 발주했을 때 1TEU 당 단가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대규모로 컨테이너 선박을 발주한 에버그린은 대만선사로 과거 국내 조선업체에 발주한 전력이 거의 없다. 3000~4000 TEU급 컨테이너 선박을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전력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미쓰비스중공업에 주로 발주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방적인 발주를 해왔던 선사이다. 또한 전세계 상위 10위 안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 중 호황기에 선박발주를 하지 않은 유일한 선사이기도 하다.

엄 애널리스트는 "에버그린의 이번 선박 발주 이후 글로벌 상위 컨테이너 업체들이 신조선 선박 발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향후에도 대규모 발주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업체로부터 시장대비 높은 가격의 수주 계약을 따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기존에 한국 업체에 크게 발주하지 않았던 업체로부터 대규모 발줄 물량의 상당부분을 가져왔다는 것도 한국 조선업체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