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입법이 모두 '한건주의'는 아니다. 오랜 기간 성실하게 준비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18대 국회 상반기 중 100건 이상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173건),임두성(104건) · 진수희(102건) 한나라당 의원 등 3명이다. 이 중 이 의원은 32건을 가결시켰다. 이 의원은 "건수나 실적 위주로 발의하다 보면 질 낮은 법을 만드는 문제가 생기는데 여야 모두 당리당략을 떠나 문제의식을 갖고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원안 가결률(60%)을 기록한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은 "개인과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보완하는 개정안을 집중적으로 발의했다"며 "특히 기업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이 동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원안이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법안 준비를 충실히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자신이 서명한 법안을 표결할 때 반대표를 던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잦다. 지난 4월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민주당의 강창일 오제세 조영택 의원은 표결시 반대버튼을 눌렀다. 이들은 "법안을 하도 많이 제출하다 보니 내가 발의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태권도진흥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반대토론을 듣고 마음을 바꿔 반대표를 던졌다.

18대 상반기에 자신이 발의한 법안 심의에 불참한 의원도 20명이나 된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공동발의자에 서명할 땐 어떤 법안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취지에 동의할 때만 도장을 찍어줘야 하는데 보통 의원실 보좌진이 그냥 찍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