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2010년 하반기를 내림세로 열었다.1일 코스피 지수는 1680선을 밑돌고 있다. 사흘내리 하락하고 있다.

상대적 선방,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선진국 증시와의 디커플링(차별화)…. 상반기를 결산했던 희망적인 문구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제 국내 증시는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침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15일 '닥터둠'의 경고가 새삼스럽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로화 사용 16개국인 유로존의 더블딥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로존의 더블딥 가능성은 50%를 넘는다"며 "유럽의 더블딥은 미국 주식 시장의 조정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의 경고 당시, 코스피 지수는 1700선을 돌파하는 등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이 경고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미 알고 있다', '예전에 반영된 악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페인발 악재로 미국 다우지수가 하락하고 국내 증시까지 떨어진 마당에서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더블딥' 우려는 고개를 들고 있다.

더블딥이 현실화된다면, 재정위기 파문에서 벗어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금 큰폭의 조정을 겪을 것이다. 선진국 경기가 더블딥에 빠진다면, 수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이머징 국가들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대부분은 더블딥까지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경기를 보는 관점도 '재정긴축'이나 '조정 후 상승'에 무게를 두라고 조언하고 있다.

◆"더블딥 우려는 과도하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 혹은 미국 고용 및 주택시장 부진 등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것.

유럽의 경우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고 있으며, 유로화 약세의 영향으로 제조업 경기는 개선되고 있다. 또 미국 고용시장 역시 민간부분의 고용이 발생하고 있고, 주택부분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더블딥이 발생했던 과거(대공황)에는 디플레이션을 동반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대공황 시기에는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은 실질금리 및 실질부채를 증가시켰다.

이번 금융위기에는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개선시켰으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가깝다. 채권시장의 일드커브(Yield Curve)는 여전히 우상향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더블딥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 금융시장이 더블딥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정은 주식을 팔아야 하는 조정이 아닌 매수 후 상승을 기다리는 조정이라는 의견이다.

글로벌 주식시장과 금리는 더블딥이 도래한 것처럼 연중 저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하반기 글로벌 경기는 우려보다 양호하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실물경기가 이제 겨우 경기침체 수준을 벗어났고, 회복의 강도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어 제거해야 할 ‘과잉’이 별로 없다고 오 연구원은 전했다.

◆"더블딥 없어도 7월은 조정이 예상되는 기간"

물론 더블딥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분간 조정을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영증권은 7월 코스피 지수예상밴드를 1620~1770으로 제시했다. 주가가 2006년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10개월 동안 관성을 축적해 만든 박스권의 고점을 넘어서기에는 부담이 많다"고 지적했다. 부담요인은 스페인의 대규모 국채 만기, 글로벌 경기모멘텀에 대한 의구심 등이다.

2006년도 이와 유사했다는 예를 들었다. 실적 안정에도 불구하고 경기모멘텀 하강으로 장기 박스권을 유지했고, 경기모멘텀의 개선 신호가 나타나자 박스권 상단을 뚫었다. 박스권 돌파 이후에는 2007년 11월까지 강세장이 전개됐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글로벌 경기 이중침체에 대한 논란이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아니어서 순차적으로 발표되는 미국과 중국의 비중 있는 경기지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FRB의장인 버냉키의장은 미국의 이중침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부인이 진실인지 증거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외국인 매매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