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들이 25일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65개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이번 평가와 아무 관련이 없는 기업이 추측성 명단에 포함돼 애꿎은 피해를 입는가 하면 사실상 퇴출 판정인 D등급을 받은 기업의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는 일마저 발생했다.

금강주택은 이날 채권은행들의 발표 후 언론사에 "최근 고급 연립주택과 아파트 등의 건설 성공으로 매우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매출은 15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외형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조조정과 무관한 금강주택이 이처럼 대응에 나선 이유는 D등급을 받은 금광기업 금광건업 등과 이름이 비슷해 법정관리 대상기업으로 오해받고 있어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전부터 '살생부'로 불리는 추측성 명단에 포함돼 기업 이미지와 자금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기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도 정보 비대칭에 따른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상장사는 조회공시 요청이 들어오면 시장에 알려지게 되지만 비상장사는 해당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기업은 한일건설 중앙건설 남광토건 벽산건설 성지건설 미주제강 성원파이프 중앙디자인 네오세미테크 톰보이 엠비성산 재영솔루텍 등 모두 12개다. 이 가운데 성지건설은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았다. 이들 기업의 답변시한은 28일까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명단을 공개했더니 해당 기업의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고 영업도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컸다"며 "올해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명단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알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해 불확실성을 없애는 편이 낫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 넘게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앞두고 뜬소문이 확산되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며 "명단 비공개로 평가 결과에 대한 부담을 피하겠다는 은행과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언론의 취재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관련기업들의 실명을 확인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정확하지 않은 기업명을 속보형식으로 보도하는 등 혼란이 커졌다.

이심기/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