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사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먼저 찾은 곳은 실리콘밸리였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다.

AP통신은 23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판 실리콘밸리인 '스콜코보 이노그라드'에 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콜코보는 수도인 모스크바 인근의 도시로 미 실리콘밸리를 본뜬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첨단기술 단지에는 IT를 비롯해 에너지 통신 생의학 핵기술 등 5개 분야 연구시설이 들어선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실리콘밸리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 등 IT업계 대표들과 만나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스콜코보에 투자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판 실리콘밸리 조성은 자국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러시아는 석유 · 천연가스 등 원자재가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유가 등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밀렸던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9%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러시아 정부는 스콜코보 프로젝트를 위해 내년에만 5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러시아의 대표적 '올리가르히'(과두재벌)인 빅토르 베크셀베르그를 임명하는 한편 외자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입주기업에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도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 일간 프라우다에 따르면 지멘스,시스코 등 다국적 전자기업들과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이미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