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롯데쇼핑이 2008년 10월 인수한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마크로(Macro)에 대한 현지 점검차 자카르타에 있는 끌라빠가딩 점(店)을 찾았다. 식품 매장에는 파리가 들끓었고,문영표 현지법인장의 브리핑을 들으며 생활용품 매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비둘기 서너마리가 날아올랐다. 신 부회장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좀 개선해야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마크로 19개 매장은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파리 없는 매장'이 됐다. 문 법인장은 "현지 직원들이 이해하기 쉽게 위생 매뉴얼을 그림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창고와 배수관,상품하역장 등을 포함한 점포 구석구석을 수차례 소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관리시스템도 매장별로 '일일 매출 목표'와 '경쟁 점포'를 정하고 목표 달성 점포엔 인센티브를 주는 등 '한국식'으로 바꿨다. 인도네시아 마크로는 지난해 매출이 70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0.1% 늘어났다. 현지 1위 업체인 까르푸 매출이 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었다.

◆'글로벌 롯데쇼핑'으로 도약

롯데쇼핑이 최근 3년간 공격적으로 투자해 온 글로벌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러시아 등 4개국 해외법인의 올해 예상 총매출은 2조5000억원대로 국내 매출의 20% 선에 이를 전망이다. 2007년 9월 '해외 1호점'인 모스크바 롯데백화점 개점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과 투자를 본격화한 지 4년 만의 성과다.

성장의 원동력은 마트부문 인수 · 합병(M&A).2007년 12월 중국 마크로 8개점과 인도네시아 마크로 19개점에 이어 지난해 12월 중국 '타임스' 65개점을 치열한 경합 끝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김세완 기업설명회(IR) 담당 이사는 "후발주자로서 사업 속도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M&A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업태에 상관 없이 건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유통업체가 매물로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마트의 해외사업 부문에서 올해 첫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로 간판을 바꾼 마크로와 중국 타임스의 성장세가 이어지고,영업 2년차에 들어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점포들의 운영이 효율화되면서 해외사업에서 3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점포수도 연말까지 중국 9개점,인도네시아 3개점,베트남 1개점 등 모두 13개점을 추가로 열어 모두 110개로 늘릴 예정이다. 백화점 부문은 모스크바점과 베이징점에 이어 내년 2월 중국 톈진에 3호점을 내고,2013년엔 중국 선양과 베트남 하노이에 추가로 개점할 계획이다.

◆10여년간 끊임없는 영토 확장

롯데쇼핑의 글로벌 사업은 탄탄하고 안정적인 국내 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79년 말 출범해 서울 소공동 본점(백화점 1호점)을 낸 이 회사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적극적인 M&A와 신규 출점을 통한 다점포 네트워크 구축과 사업 다각화로 '유통 왕국'을 건설했다. 1999년 분당 블루힐백화점을 시작으로 2002년 미도파백화점까지 7개 점포를 잇따라 인수하며 백화점 부문에서 확고한 1위로 자리잡기 시작했고,1998년과 2001년 각각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2월 서울과 런던 동시 기업공개(IPO)로 마련한 3조4000여억원은 롯데쇼핑의 영토 확장을 가속화하는 재원이 됐다. 그해 8월 우리홈쇼핑을 4700억여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 GS마트 · 백화점을 1조3400억여원에 사들인 것까지 국내외 M&A에 투자한 자금이 3조5000억여원에 이른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7월 유통부문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식품 · 크리스피크림도넛(KKD) 사업을 떼어내고,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지분 50.1%를 롯데리아 등으로부터 인수했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백화점부터 대형마트,슈퍼마켓,홈쇼핑,온라인몰(닷컴),편의점,아울렛,전문점까지 모든 유통채널을 갖춘 '풀 라인(full-line)' 종합 유통회사가 됐다. 이철우 사장은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 실현이 가능한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갖추고 업태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게 롯데쇼핑의 최대 강점"이라며 "향후 복합쇼핑몰이나 신업태에 진출할 때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회원수 1900만명을 돌파한 '롯데멤버스 카드'는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각 사업부문은 식음료를 포함한 롯데의 전 유통채널에서 통합 · 관리되는 이 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고객 마케팅(CRM)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멤버스 카드 고객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백화점에선 2005년 54%에서 지난해 77%로 높아졌으며,같은 기간 마트에선 19%에서 81%,슈퍼는 18%에서 85%로 각각 뛰었다. 홈쇼핑에서도 10%에서 30%,편의점도 15%에서 35%로 증가하는 등 모든 채널에서 카드 회원들의 매출기여도가 급증하는 추세다.

롯데쇼핑은 이 같은 통합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 유통부문의 1위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화점은 복합쇼핑몰,아울렛,라이프스타일센터 등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춘 신업태로 사업부문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음 달 중순 대구에 개점하는 '율하아울렛'처럼 아울렛과 대형마트,시네마 등을 결합한 복합쇼핑센터도 향후 집중적으로 선보일 유통모델이다. 마트 부문은 올초 GS마트 14개점을 인수한 데 이어 연내 10개 점포를 새로 열어 대형마트 업계 1,2위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를 바짝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토이저러스와 디지털파크 등 전문점 형태의 매장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유통채널 전 부문 석권 노린다

슈퍼마켓 부문에선 지난해 공격적인 신규 출점으로 GS수퍼마켓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데 이어 연말까지 260개까지 점포수를 늘려 2,3위와의 격차를 벌릴 방침이다. 홈쇼핑에서도 롯데멤버스 카드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지난 1분기 점유율을 22.3%로 3.3%포인트 끌어올려 '빅2'인 GS와 CJ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초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향후 3년 안에 점포수에서 훼미리마트와 GS25를 제치고 1위에 오른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김세완 이사는 "면세점과 온라인몰을 포함, 지난해 22조원을 올린 롯데쇼핑의 유통부문 매출을 2018년 88조원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톱10 유통기업' 진입 목표를 세웠다"며 "국내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에 매진해 2018년까지 해외 매출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송태형/사진=김영우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