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이보다 10~20세 젊어보이려는 '동안(童顔)' 열풍은 한때의 붐이 아닌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사회평론가 페이스 팝콘은 '뷰티케어'를 받지 않아 자기 나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나이들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이들을 '코스메틱 언더클래스(cosmetic underclass)'라고 부른 바 있다. 자기 외모가 얼마나 동안에 근접해 있는지가 사회 · 경제적 지위를 대변해 준다는 주장인 것이다.

자기 나이보다 늙어보이게 하는 요인으로 많은 것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게 눈밑지방이다. 나이들거나 피곤이 누적되면 눈 아래쪽이 불룩해지며 그늘이 져 음울하고 생기없어 보이게 된다. 서구에서는 무기력하고 고단해 보인다고 해서 '피곤한 눈(fatigue eye)'이라고도 부른다. 눈밑지방으로 인해 눈밑이 어두워 보이기 때문에 '다크서클'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심술맞고 피곤해 보이는 인상을 줘 '심술단지'라고 한다. 원인은 피부노화로 눈 아래 근막이 늘어지면서 그 위에 지방이 고이는 것이다.

보기 흉한 눈밑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예전의 외과적 수술은 눈꺼풀 바로 아래쪽 피부를 절개하고 그 안의 지방을 메스로 떼어내는 것이다. 수술자국이 남게 되고 수술 뒤 멍이 생겨 일상생활로 바로 복귀하기 힘들다

이에 비해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는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은 아래 눈꺼풀을 뒤집은 후 눈 안쪽 결막을 1~1.5㎝가량 이산화탄소 레이저로 절개한 뒤 그 열에 의해 튀어나온 지방을 걷어내는 방법이다. 결막 아래엔 몇층의 근막층이 더 있어 눈을 움직이는 동안근을 건드리지 않고 외모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레이저를 쏘아 적당량의 지방을 제거한다. 눈밑지방은 아무리 잘 제거해도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어느 정도 지방을 제거하면 남아 있는 좌우 지방을 균형있게 바로잡아 재배치함으로써 외관상 보기 좋게 한다.

레이저 수술은 메스로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 흉터가 남지 않으며 시술 당일만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시술 다음날부터 세안,화장 등이 가능하다. 수술시간은 40분이 걸린다.

눈밑 피부가 많이 늘어졌거나 지방이 많이 축적된 경우 눈밑지방 제거 수술을 한 뒤 눈밑 피부에 주름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고주파 서마지-폴라리스 레이저를 사용해 진피층을 자극 · 수축시켜 깊은 주름을 끌어올리는 리프팅 방법을 쓴다. 또 얕은 표면 주름에는 엔라이트 레이저나 프락셔널 레이저를 사용한다.

눈밑지방을 제거한 사람은 최근 10여년 새 큰 변화가 있었다. 레이저 눈밑지방 제거술 전문병원인 김성완피부과는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3년간 눈밑지방 및 다크서클로 내원한 환자 1만4300명을 대상으로 상담 조사한 결과 이 시술을 받는 환자가 해마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및 30대 초반의 젊은 연령층에서 눈밑지방과 다크서클이 크게 늘고 있다. 1990년대에는 10% 미만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25%로 늘었다. 젊은층은 컴퓨터 사용 및 TV시청 시간의 증가로 늘 눈이 피곤하고 눈 아래 있는 근막이 반복적으로 수축 · 이완하면서 탄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비교적 이른 나이에 눈밑지방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특히 만성적인 안구 피로는 혈액 내 이산화탄소를 증가시켜 정맥혈을 검게 만들고 눈밑의 얇은 피부를 통해 검은 혈관이 비치면서 다크서클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남성 환자도 대폭 불어나 1990년대에는 10% 미만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선 30% 선까지 증가했다. 사회 변화에 따라 동안을 지향하는 남성들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는 증거다.

또 1차적으로 외과적 수술을 한 다음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이 다시 레이저 시술법으로 재수술을 받는 환자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레이저 눈밑지방 제거는 시술 후 외관이 자연스럽고 눈밑 애교살은 그대로 유지돼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엔 얼굴에 미세지방을 이식하거나 필러를 주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 때문에 생긴 눈밑지방을 제거하려는 사람도 덩달아 많아졌다. 김성완 원장은 "일반 눈밑지방 환자는 지방이 정상적인 곳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수술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미세지방을 이식하거나 필러를 사용한 경우 주입한 물질이 얼굴 눈밑 부분 곳곳에 흩어져 있어 일일이 찾아 제거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들 환자는 일반 환자들보다 힘든 시술과정을 거쳐야 하며 수술 시간도 평균 50% 이상 더 걸린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