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냉장고에 들어가는 소형모터를 생산하는 에스피지는 위안화 절상이 이뤄지면 제조원가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3년 전부터 베트남 이전을 준비해왔다. 이 회사는 베트남 호찌민 공장이 지난 3월 가동에 들어가면서 중국 공장의 생산라인을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2005년 중국공장 설립 당시 1달러에 8위안 정도였던 환율이 차츰 절상될 것으로 보고 베트남 이전을 준비해왔다"며 "하지만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중국 내수시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중국시장 마케팅은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 LCD 업체 영향 적을 듯

일단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매출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 LCD장비를 수출하는 동아엘텍 관계자는 "임가공비 부담은 어느 정도 늘겠지만 어차피 달러 결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가 절상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압박을 느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 회사 박찬근 홍보팀장은 "달러로 물품대금을 결제하고 있는 데다 중국에서 직거래 판매방식 대신 대리점 판매방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집약형 사업은 큰 타격

하지만 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에 진출한 피혁 공예 등의 업종 경쟁력은 떨어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중국 진출이나 수출은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낮은 임금에 기대고 있는 노동집약형 중소기업들은 최근의 인건비 상승에다 위안화 절상까지 겹쳐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칭다오에서 공예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인건비와 위안화의 동반 상승으로 중국 공장을 철수하든가 아니면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노강석 중소기업은행연구소 소장은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위안화 절상에 어느 정도 단련돼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는 위안화 절상의 폭과 속도"라고 분석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 주목해야

한국의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도 위안화 절상의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봉걸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핵심 수출 품목 가운데 중국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이 많지 않은 데다 위안화 가치가 오를 경우 원화도 동반 절상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가 가져갈 혜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자원 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점도 위안화 절상을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철강판,정밀화학 원료,석탄,비금속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가격이 올라가면 국내 제조업체로선 원가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위안화 절상이 미국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이 향후 5년 내 수출을 현재의 두 배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한국 기업으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임금 상승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구매력 증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복선 KOTRA 중국사업단 부장은 "위안화 절상은 예견된 변수"라며 "디스플레이,휴대폰,자동차,가전 등 중국 내수 시장 확대를 겨냥한 전략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설명했다.

고경봉/박동휘/남윤선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