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매출 규모가 크다고 핵심 사업이 될 수 없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기술로 정면 승부해 이길 수 있는 부문이 SK에너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사업입니다. "

구자영 SK에너지 사장(63)은 지난 18일 대전시 SK에너지 기술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차전지 등 미래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핵심 사업을 확대해 35조원대(작년 기준)인 매출 규모를 2020년까지 10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는 구 사장 대표이사 취임 1년과 전기자동차용 중 · 대형 2차전지 양산 라인 첫 가동에 맞춰 마련한 것이다.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2차전지 생산라인은 2005년 사업 진출 후 5년 만에 구축한 설비다. 생산 규모는 아반떼급 전기차 4만여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간 100㎿에 달한다. 이 회사는 현재 현대자동차 등에 연구개발용 2차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구 사장은 내년 1월1일로 예고한 석유 및 화학사업 분할과 관련,"전체 회사 조직이 공룡같이 거대해지면서 기술 트렌드에 맞는 전략 실행과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사고가 경직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영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정형화된 사고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혁신 전술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 · 화학 부문이 100% 자회사로 분할하면 잔존 법인인 SK에너지는 자원개발(E&P)과 연구개발(R&D) 중심의 순수 사업지주사 형태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할 회사들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말까지 5000억~1조원의 자산유동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구 사장은 "비핵심 사업 설비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지난달 서울 동교동 청기와주유소를 제3자에게 팔았듯이 일부 주유소 부지 매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용 2차전지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하이브리드(HEV)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은 늦었지만 순수 전기차(EV)용 배터리에서는 경쟁사 기술보다 한걸음 앞서나갈 것"이라며 "2차전지 1호 생산라인은 향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 분야인 연성회로기판 소재 FCCL(연성 동박적층필름)과 편광판용 TAC(트리 아세테이트 셀룰로스) 필름은 기술개발을 마치고 올 하반기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 사장은 "TAC 필름은 일본 후지필름과 코니카미놀타가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전자 소재로 일본 중심의 독과점 구도를 깬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2015년 3조원 이상으로 커질 TAC 필름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구 사장 취임 이후 연구를 본격 진행 중인 그린폴(Green Pol · 친환경 플라스틱)과 그린콜(Green coal · 청정 석탄)의 사업화 시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기술개발 속도라면 5년 내에 모두 사업화가 가능하다"며 "이산화탄소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플라스틱인 그린폴은 그을음과 연기가 적어 기존 PVC 제품을 빠른 속도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