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득심(以聽得心).귀 기울여 들으면 남의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다.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그를 인정하고 동반자라는 일체감을 갖게 해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프로슈머 시대.융합돼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에 '경청'이라는 화두는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가들은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고 주변의 얘기를 경청한다. 직원이든 주주든 기업에 대한 쓴소리와 제안은 한번쯤 귀기울여 듣고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 제안에 대한 경청과 함께 적절한 보상과 반영은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몇 기업의 사례를 보면 제안을 독려하는 방법부터 그에 대한 보상과 경영에 반영하는 방법들이 다양하다. SK텔레콤에서는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제안자가 팀장이 되고,농심은 온라인상 직급인 만석꾼이 되면 해외연수 특전이 주어진다고 한다. SK C&C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댓글을 달면서 제안을 경청하고 수용하며,글로비스는 우수 제안 사원을 명예의 전당에 올린다. 롯데마트는 적나라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익명 처리하면서 사내제안제도를 적극 활용해 경영활동에 반영한다고 한다.

필자도 투자한 기업의 주인으로서 또는 투자자와 소비자로서 많은 제안을 해왔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국내 1위의 자전거업체인 삼천리자전거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보상판매제도를 제안했고,참좋은여행의 경우 자전거와 연계한 국내 여행상품을 개발해 판매해보라고 권유했다. 대신증권에는 부동산의 유동화와 딜링업무를 강화하고,자사주 매입시 우선주를 매입해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조광피혁에는 적절한 배당과 과도한 자사주를 소각,주주가치를 부양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에 대한 기업들의 태도는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천양지차다. 어떤 CEO는 회사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좋은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며 고마움을 표시하는가 하면,어떤 CEO는 묵묵부답이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필자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텐데 말이다. 자기들이 생각지 못한 것들을 대신해서 고민하고 제안하는 행위는 그 기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귀찮게만 여겨서는 주변의 소리,특히 소비자의 소리를 간과하기 쉽다.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다. 그동안 기술과 기술,제품과 제품 간의 단순한 기술적 결합에 의한 컨버전스의 범위가 진화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주주와 투자자가 함께하는 지식,창조,소통,감성,서번트 등이 기업 경영의 화두다. 이 모든 것의 기본이 동반자의 작은 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눈과 귀,마음을 열고 한 발짝 다가서면 미래의 세상이 보인다.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py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