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안정 대책] 선물환 규제 예상했던 수준…외환시장 충격 크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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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은행 외화대출 제한해…단기외채 급격한 유출입 차단
유예기간 두고 최소한만 규제
유예기간 두고 최소한만 규제
대내외 악재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외화유동성 위기로 곤욕을 치러온 정부가 외환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처방을 내놓았다. 작년 9월부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 및 관련기관 실무자들이 모여 외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방안 마련에 들어간 지 9개월 만이다.
◆외은지점이 타깃
현재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경우 현물환 포지션과 선물환 포지션을 합한 종합포지션 규제만 받고 있다. 예컨대 현 · 선물환 거래 규모가 자기자본의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받는 식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선물환 포지션에 대해 별도로 제한을 두기로 했다. 국내은행은 자기자본의 50% 이하,외은지점은 250% 이하로 설정했다. 또 수출기업들의 실수요를 초과하는 투기적 선물환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선물환거래를 실물거래의 100%가 넘지 않도록 했다.
이번 대책은 국내은행보다는 외은지점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물환 포지션 규제만 봐도 외은지점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국내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은 15.6%로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반면 외은지점은 301.2%로 기준치보다 51.2%포인트 높은 상태다. 특히 55개 은행 중 한도를 초과하는 19개 은행 대부분은 외은지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외은지점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시행 후 3개월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기존 거래분에 대해서는 최장 2년까지 예외를 인정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있나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시장이 예상했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데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이번 대책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정부는 지난 9개월간 외환제도 개선 TF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했다. 여기에는 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과 관련,한도를 줄이는 직접적인 레버리지 비율 규제도 포함됐다. 하지만 정부는 현 단계에서는 시장에 미칠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고 보고 최종 대책에서 제외했다.
◆외환시장 영향
정부의 자본 유출입 규제 방안이 당장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선물환포지션 한도 신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책이 그간 시장에서 예상하던 것과 비슷한 수준에서 확정돼 이미 환율과 채권 금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성순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차장은 "지난주 정부의 선물환 규제설이 흘러나오면서 원 · 달러 환율이 한때 1270원을 넘었지만 유예기간을 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240원대로 하락했다"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외화 차입이 일정한 수준에서 제한돼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남아 있어 당분간 환율은 12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매수세가 크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영업부 차장은 "최근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했던 것은 외국인들보다는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이 선물환 규제를 의식해 투자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투자 동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종태/유승호 기자 jtchung@hankyung.com
[ 용어풀이 ] 선물환포지션
물환은 환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리 정해진 환시세로 매매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수출기업들이 향후 유입될 달러 가치 변동을 막기 위해 선물환 매도를 하면 국내외 은행들이 이를 받아줘(선물환 매수) 거래가 일어난다. 하지만 은행들은 선물환 매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동시에 현물환을 매도하고 이 과정에서 단기 달러 차입이 발생한다. 선물환 포지션은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로 정부는 이를 일정 한도 내로 묶어 과도한 달러차입과 이로 인한 외화유동성 불안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