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황제주' 등극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경합을 벌이던 삼성전자가 증시 조정 과정에서 고전하는 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외국인의 든든한 지원 속에 서서히 고점을 높여가고 있다. 홀로 황제주 왕좌를 지켜 온 롯데제과에 이어 주가 100만원대의 새 '황제주'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한때 100만원 '터치'


아모레퍼시픽은 10일 개장 직후부터 오름세를 타 오전 한때 1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외국계 창구를 중심으로 매매 공방이 벌어지며 등락을 거듭한 끝에 4000원(0.41%) 하락한 98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황제주 등극 기회를 놓쳤지만 실적 모멘텀이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만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100만원을 넘는 종목은 롯데제과가 유일하다. 물론 액면가를 5000원으로 환산하면 액면가가 200원인 한전기술(환산가격 270만원),액면가 500원 엔씨소프트(191만5000원) 등도 사실상 100만원을 넘는 회사들이다.
아모레퍼시픽 '新황제주 등극' 초읽기
하지만 절대주가를 기준으로 1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종목은 롯데제과뿐이다. 한때 황제주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롯데칠성 태광산업 등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를 겪으며 주가가 100만원 아래로 밀려났다.

◆중국시장을 반영한 주식

증권가에선 그동안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을 가장 유력한 황제주 후보로 꼽아왔다. 지난 3월 이후 반등장에서 삼성전자가 87만원을 찍으며 먼저 황제주 자리를 넘보는 듯했지만 이후 미끄럼을 타며 아모레퍼시픽에 선두를 뺏겼다.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먼저 100만원 돌파를 시도하게 된 배경으로 적은 거래량과 외국인 매수세를 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3월 말 현재 유통 주식 수가 584만주로 삼성전자(1억2840만주)의 4.5%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거래량도 2만주 미만으로 30만~40만주인 삼성전자에 비해 극히 적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움직일 만한 이슈는 없었지만 100만원 돌파가 임박하자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몰려 상승 탄력이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주가가 오를 때마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와 발목을 잡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외국인 지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 35.4%이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이달 들어 38%를 넘어섰다.

윤효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 대표주를 선호하는 외국인이 LG생활건강(48.2%)보다 보유 비중이 낮은 아모레퍼시픽을 꾸준히 매수해 주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면에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 등 일부 사업부문이 고전하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고가 브랜드의 판매 호조와 중국시장 실적 모멘텀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수요를 대변하고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수요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현재 경기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귀족주'서 탈락

삼성전자가 한발 뒤처지긴 했지만 100만원대 황제주에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단기적인 정보기술(IT)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증시가 빠르게 반등하는 동안 주가가 50만원 이상인 '귀족주'는 4개에서 9개로 급증했다. 하지만 올 들어 포스코가 40만원대로 내려앉으면서 귀족주는 8개로 줄었다.

한때 황제주 자리까지 넘보던 롯데칠성은 이날 76만8000원으로 내려앉았고 남양유업(50만8000원)과 신세계(50만1000원)는 간신히 50만원 선에 턱걸이해 귀족주 체면을 지켰다. 포스코는 이날 외국계 매수세가 유입되며 44만8500원으로 0.34% 상승 마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