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제일 많이 던지는 세 가지 화두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올가을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 준비,그리고 국내 금융산업에 관한 질문이다.

우선 앞의 두 가지 질문에는 명쾌한 대답이 나온다. 작년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세 번째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금년 1분기 성장률도 7년 만에 8%대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으니 한국이 올해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할 것이라는 OECD의 전망이 맞아 떨어질 듯하다.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졌고,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도 풍부한 국정경험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사공일 위원장이 책임지고 있으니 믿고 맡겨도 될 것 같다.

문제는 마지막 화두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논의가 주로 금융,재정일 것이고 보면 의장국으로서 자국의 금융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의 중진국으로 도약하고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가 세계 200대기업(포브스지 선정)에 들어갔지만,국내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쳐다보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국제금융 잡지인 '더 뱅커'지가 작년에 발표한 세계 은행순위에서 국민은행이 겨우 72위에 올랐을 뿐이다. 오죽했으면 작년 중동에서 400억달러짜리 원전을 수주할 때 국내 금융기관이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겠는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 금융산업의 새로운 청사진 마련이 절실한 때에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가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향후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에 큰 획을 그을 이번 회장 선임에 거는 기대가 크기에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KB금융그룹을 삼성전자 수준의 글로벌 금융회사로 키우겠다는 웅대한 비전과 전문성,특히 M&A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가진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 메가뱅크에 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겠지만 은행산업의 M&A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선 외환은행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고,산은지주와 우리지주의 매각도 어떻게든 가닥을 잡을 것이다. 선도금융그룹으로서 KB가 그 위상을 공고히 하려면 은행산업의 M&A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앞으로 해외진출을 위해서도 외국 금융기관들을 인수 · 합병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제적 감각과 위기관리능력이다. 부산의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신금융규제'가 논의됐듯이 국제적으로 규제 강화가 공감대를 얻고 있고,남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이 같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환위험 등에 취약한 KB의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끝으로 좋은 국제금융인맥을 가진 인물이면 금상첨화다.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 금융권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진출이 많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권의 금융관료 및 금융계 인사들과의 다양한 인맥도 중요하다.

작년 사외이사의 전횡,지배구조의 투명성 논란 등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르고 실시되는 KB 회장 선임이기에,많은 사람들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이는 9명의 추천위원들이 그만큼 각별한 책임감을 가지고 공정하게 심사하고,선임과정에 어떠한 형태의 부당한 외부개입이 있어선 안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만에 하나라도 회장 선임을 놓고 이번에도 또다시 잡음이 나면 가뜩이나 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으로 시달리는 현 정국에 쓸데없는 불똥이 하나 더 튀는 꼴이 될 것이다.

MB정부 들어 인사가 많이 투명해졌다고들 한다. 이 같은 미덕이 이번 KB금융그룹 회장 선임에도 그대로 이어져 누가 봐도 적임자라고 할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안세영 서강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