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한국화장품·제조, '줄 상한가'…"비상식적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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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분할(인적분할)을 마친 한국화장품제조(존속법인)와 한국화장품(신설법인)이 증시에서 최대 화두다.
지난 1일 재상장된 이후 6일째 '줄 상한가'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2의 조선선재(인적분한 이후 17일 연속 상한가)'라고 불릴 정도다.
더욱이 기업분할 시 사업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하면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등은 기존 지분비율에 비례해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게 된다. 대주주 지분이 절대적으로 많은 한국화장품·제조는 이번 급등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화장품의 급등세는 영업실적과 관계 없이 적은 주식수에 따른 수급(매수 유입)의 영향으로 움직이는 비상식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과 한국화장품제조는 이달 첫 거래일부터 이날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양사의 주가는 모두 일주일 만에 두 배 이상 뛰었고, 상승률은 무려 140%에 육박한다. 재상장 당시 299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한국화장품은 69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시초가 5000원이었던 한국화장품제조는 1만1550원까지 폭등 중이다.
한국화장품·제조가 이처럼 '질주'하는 이유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아니고 확실한 실적개선에 따른 기대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단지 유통물량이 적은 탓에 수급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분할로 인해 유통물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주가급등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화장품이 기업을 분할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게 신규사업 진출이란 기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국내 OEM 시장의 경우 시장규모가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OEM 제조의 경우 워낙 마진이 낮아 큰 이득을 챙기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한국화장품은 기존 OEM 업체인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과 가격경쟁을 벌여 매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출혈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한국화장품은 업계내 상위권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에 견주어 볼 때 브랜드력, 가격경쟁력, 밸류에이션 등 모든 분야에서 돋보이지 않는 업체"라며 "1000억원 정도에 달하는 OEM 수주 등을 잇따라 계약하지 않는 이상 주가적으로도 모멘텀(상승동력)이 발생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현재 '호황'으로 봐도 될 만큼 시장 자체가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또 한국화장품이 기업분할을 앞두고 지난해까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손실을 대거 털어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희승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화장품시장 자체가 워낙 좋아서 대형업체를 비롯 중소형업체들까지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화장품도 마찬가지로 올해 부실을 털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신규 런칭을 계획 중인 데다 OEM 제조를 통해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시장의 기대도 일정부분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화장품의 공장규모만 놓고 보면 기존 OEM 업체들에게 분명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도 다만 "아직까지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맞다"며 "유통물량이 적은데 따른 수급적인 측면에서 이번 급등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급등으로 기존 대주주 및 주요주주(5% 이상 주주)들은 일명 '기업분할 로또'를 맞았다. 기업분할을 하면서 인적분할을 해 한국화장품·제조 양쪽에 모두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화장품의 최대주주는 한국화장품제조(특수관계인 11명 포함)로 지분이 55.95%에 달하고, 한국화장품제조의 최대주주는 임충헌 대표이상 회장(특수관계인 10명)으로 35.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화장품제조의 경우 (주)HS홀딩스가 1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등 기타주주의 지분합계가 46%에 육박한다. 소액주주들이 사고 팔 수 있는 지분은 18%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지난 1일 재상장된 이후 6일째 '줄 상한가'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2의 조선선재(인적분한 이후 17일 연속 상한가)'라고 불릴 정도다.
더욱이 기업분할 시 사업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하면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등은 기존 지분비율에 비례해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게 된다. 대주주 지분이 절대적으로 많은 한국화장품·제조는 이번 급등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화장품의 급등세는 영업실적과 관계 없이 적은 주식수에 따른 수급(매수 유입)의 영향으로 움직이는 비상식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과 한국화장품제조는 이달 첫 거래일부터 이날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양사의 주가는 모두 일주일 만에 두 배 이상 뛰었고, 상승률은 무려 140%에 육박한다. 재상장 당시 299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한국화장품은 69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시초가 5000원이었던 한국화장품제조는 1만1550원까지 폭등 중이다.
한국화장품·제조가 이처럼 '질주'하는 이유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아니고 확실한 실적개선에 따른 기대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단지 유통물량이 적은 탓에 수급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분할로 인해 유통물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주가급등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화장품이 기업을 분할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게 신규사업 진출이란 기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국내 OEM 시장의 경우 시장규모가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OEM 제조의 경우 워낙 마진이 낮아 큰 이득을 챙기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한국화장품은 기존 OEM 업체인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과 가격경쟁을 벌여 매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출혈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한국화장품은 업계내 상위권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에 견주어 볼 때 브랜드력, 가격경쟁력, 밸류에이션 등 모든 분야에서 돋보이지 않는 업체"라며 "1000억원 정도에 달하는 OEM 수주 등을 잇따라 계약하지 않는 이상 주가적으로도 모멘텀(상승동력)이 발생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현재 '호황'으로 봐도 될 만큼 시장 자체가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또 한국화장품이 기업분할을 앞두고 지난해까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손실을 대거 털어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희승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화장품시장 자체가 워낙 좋아서 대형업체를 비롯 중소형업체들까지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화장품도 마찬가지로 올해 부실을 털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신규 런칭을 계획 중인 데다 OEM 제조를 통해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시장의 기대도 일정부분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화장품의 공장규모만 놓고 보면 기존 OEM 업체들에게 분명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도 다만 "아직까지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맞다"며 "유통물량이 적은데 따른 수급적인 측면에서 이번 급등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급등으로 기존 대주주 및 주요주주(5% 이상 주주)들은 일명 '기업분할 로또'를 맞았다. 기업분할을 하면서 인적분할을 해 한국화장품·제조 양쪽에 모두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화장품의 최대주주는 한국화장품제조(특수관계인 11명 포함)로 지분이 55.95%에 달하고, 한국화장품제조의 최대주주는 임충헌 대표이상 회장(특수관계인 10명)으로 35.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화장품제조의 경우 (주)HS홀딩스가 1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등 기타주주의 지분합계가 46%에 육박한다. 소액주주들이 사고 팔 수 있는 지분은 18%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