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중동 건설 붐과 함께 시작된 한국 건설회사들의 해외 진출 역사가 40년 가까이 흘렀다. 해외에서,특히 중동 플랜트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인지도와 수주 경쟁력은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엔지니어링 회사들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과거 일반 건축과 토목 부문에서 단순 시공 역할에 머물던 한국 건설회사들은 가스,석유,발전 등 산업설비 부문으로 주력 분야를 넓혔다.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설계와 자재 조달,시공을 아우르는 탁월한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사업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해외 플랜트 시장,2013년 1조달러 이른다

한국 기업들은 원유와 천연가스 광구에 직접 투자하거나 원유를 채굴하는 '업스트림'(upstream) 사업에서의 경험과 기술력은 아직 선진 기업에 뒤처져 있다. 그러나 채굴한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나 석유화학 등 '다운스트림'(downstream) 에서의 점유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수주 기준으로 해외 건설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2003년 1.2%에서 꾸준히 상승해 2008년에는 5.3%에 이르렀고,지난해에는 6%대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지난해 해외 플랜트 발주 규모는 전년의 9000억달러(약 1000조원)에서 7000억달러 초반대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유가 상승에 힘입어 해외 플랜트 발주 규모는 회복세로 접어들어 2013년에는 1조달러에 근접할 전망이다.

이 중 삼성엔지니어링의 점유율은 약 1% 남짓한 수준이다. 중동지역 화공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 역량에 기반한 인지도 상승,엔지니어링 부문의 강점으로 인한 발전,담수,철강 플랜트 등 비화공 프로젝트의 사업 확장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수주 점유율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위로는 유럽,아래로는 중국과의 경쟁 격화 예상

올 들어 유로화 약세를 틈타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유럽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수주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인도 등 후발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수년 내 현재의 한국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해 상반기 중동지역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UAE 샤(Shah) 가스전 프로젝트의 경우 유럽 업체들이 4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반면 한국은 삼성엔지니어링만이 1개의 패키지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은 한국 기업들보다 유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EPC(턴키사업) 프로젝트의 특성상 전체 프로젝트 규모의 70~75%에 해당하는 조달과 시공(외주) 측면에서는 환율이 아닌 네트워크 차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유럽→일본→한국→중국→인도로 이어지는 해외 건설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우위 변천 과정이 다시 역순으로 조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여겨진다. 유럽 업체들의 약진보다 오히려 예상외의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중국 EPC 업체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 업체들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발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수주 프로젝트들은 원유수송 파이프라인 등 한국 기업들이 약 10~15년 전에 주로 수주하던 시공 위주의 사업이 대부분이다. 다만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10년의 격차는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 수 있다.

한국 EPC 업체들이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현재의 지위를 향유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5년 정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FEED(기본설계),PMC(프로젝트 관리 서비스) 등 한 단계 높은 기술력을 획득해 블루 오션인 '업스트림'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