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기업문화도 정치와 비슷한 점이 있다. 왕조적인 리더십,복합적인 합의,경쟁자보다 한수 앞서는 책략이 난무한다. 고위층일수록 법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 기업의 관리자들은 창업주 오너 사장을 힌두 대가족의 가장처럼 생각하고,이들의 기분을 맞추고 눈치를 보는 데 공을 들인다. 창업주나 오너 사장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중요한 구매계약을 체결할 때 담당 매니저가 단독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창업주나 오너 사장의 승인을 받는다. 나중에 오너 사장의 기분을 살려주고 체면을 세워줄 여지를 미리 생각하고 실무자와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인도는 오랫동안 중동,동남아 등 외국과 무역을 해왔다. 15세기부터는 유럽과도 무역을 해 인도인들은 비즈니스 때 무역상으로서의 멘털리티를 발휘한다. 긍정적인 측면은 기업가적으로 항상 사업 기회를 찾는다는 것인 반면,부정적인 측면은 서플라이어 관점에서 볼 때 구매시 가격에 민감해 협상하기 어렵고 가격 후려치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인도인 구매부서 책임자들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공급업자들을 좋아하며,혹독하게 가격을 깎는 것을 심정적으로 좋아한다. 구매 단가가 크거나 자본재 등을 구매할 경우 가격 줄다리기와 잦은 사양 변경으로 외국 업체를 지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지만 구매 과정은 곧잘 지연과 취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안목을 갖고 뛰어들 필요가 있다.

인도 시장 진입에 급급한 외국 파트너들은 인도 파트너의 속셈을 진지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합작한 나머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인 파트너들은 외국 파트너가 로컬 지식을 넘어서 산업에 특화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에 실망한다. 또 합작 성사로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응분의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중동이나 동남아 기업들과는 달리 인도 기업들은 합작에서 포트폴리오 투자자로서 수동적인 역할에는 관심이 없다. 적어도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지배주주로서 경영권 행사를 원한다.

인도의 한 파이낸셜 컨설턴트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인도에서 합작으로 진출하면 사업이 당연히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사업이 실제 실패했을 경우라도 인도에서 수업료를 냈다고 위안삼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인도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인도인의 문화코드를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인도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키워 나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또 인도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존중할 것은 존중해주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유구한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또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퍼져 나가고 있다. 인도인이라는 사실,인도라는 국가 브랜드를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식으로 닫혀 있는 사고 박스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로 대처해 나가야만 인도와의 비즈니스에서 비싼 수업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