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신용카드 회사인 미국의 비자가 중국 인롄(銀聯 · UnionPay)카드의 해외 결제를 제한키로 하면서 카드 결제 시장이 미국과 중국 간 새로운 분쟁 영역으로 떠올랐다.

6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비자는 오는 8월1일부터 비자 · 인롄카드의 해외 이용 대금이 중국인롄을 통해 결제되지 않도록 하라고 모든 가맹 은행들에 통보하고,이를 어기는 은행들에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인롄은 그러나 "어느 누구도 카드 소지자의 해외 결제 통로를 제한할 권리가 없다"며 반발했다. 중국 CCTV와 인민일보는 비자의 중국인롄 봉쇄로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비자 · 인롄카드를 쓸 때 1.5% 정도의 추가 수수료를 물게 된다고 우려했다. 비자 · 인롄카드는 5000만장 이상 발행됐다.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신용카드다.

비자의 행보는 중국이 자국 내에 세운 카드 결제 장벽을 당초 약속과 달리 허물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때 2006년 말까지 비자와 마스터 등 외국 회사들도 중국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4년이 넘도록 지키지 않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공동 설립한 중국인롄이 카드 결제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외국기업에 대한 중국 내 결제 서비스 제한 규정을 WTO에 제소할지 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롄이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붐을 타고 전 세계 90여개국의 카드 시장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나가자 비자가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위안화 절상에서부터 반덤핑,인터넷 검열,토종기업 우대 기술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분쟁에 카드 결제 시장 개방 문제가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과 중국 간에는 군사 부문에서도 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마샤오톈 중국 인민해방군 참모차장은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 · 미 양국 군 사이에는 걸림돌이 있다"면서 "첫 번째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이며,두 번째는 미군 함정 및 항공기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 군을 심하게 감시하고 정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이에 대해 "대만 무기 판매는 수십년째 계속돼온 것으로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며 "미 · 중 군사관계에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입장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올해 초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문제로 대미 군사교류를 전면 중단했다. 후진타오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간 회동 이후 긴장은 차츰 해소됐지만 최근 천안함 사건 처리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게이츠 장관의 방중 요청을 거절하는 등 또다시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