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칠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원유펀드라도 유전 수익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최근 한 달간 평균 15.3% 손실을 냈다. 원자재펀드 194개 중 최하위권 10개 펀드에 WTI 선물 추종 원유펀드만 8개나 포함됐다.

'메리츠WTI인덱스특별자산1 C-1'이 -17.2%로 가장 수익률이 낮았다. 설정액이 299억원으로 가장 큰 '삼성WTI원유특별자산1A'가 -15.2%,'한국투자WTI원유특별자산1A'도 -14.9%로 부진했다.

원유펀드가 손실을 낸 것은 해당 펀드들이 추종하는 WTI 선물가격이 하락했기 때문.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WTI선물 근월물은 지난 5월 초 86.19달러에서 이날 74.25달러로 13% 하락했다. 최정원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웃돌았으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다 경기침체 우려로 원유값이 떨어져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WTI 추종 펀드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내는 원유펀드가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개발 중인 베트남 유전에 투자하는 '한국베트남15-1 유전개발1호'펀드는 올 들어 29.9%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유전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8% 이상 늘어난 덕이다. 이 펀드는 베트남 15-1 광구에서 나오는 원유 판매수익을 정기적으로 배당한다. 배당액이 원유생산량과 유가에 따라 결정돼 유가가 떨어져도 생산량이 많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2006년 말 설정돼 2007년 9.0%,2008년 4.6%의 수익을 올렸고 지난해에도 5.3% 수익을 냈다. 펀드 만기까지 투자금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설계된 폐쇄형 펀드지만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거래도 자유롭다.

미국 내 유전과 가스전을 운용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사모오일에너지특별자산1' 펀드도 3개월 수익률이 19.37%에 달한다. 공모펀드로 출시를 추진 중인 이 펀드는 유가와 생산량에 따라 배당수익이 결정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전 수익권이나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원유 선물가격만 추종하는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다만 상품의 종류가 많지 않고 해당 유전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수익률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