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위조해 3억 대출받은 뒤 도박으로 날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일 가짜 신분증으로 재력가 행세를 하며 거액의 사채를 끌어다 해외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모두 날린 혐의(사기 등)로 성모(49)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신분증 위조를 알선한 고모(46)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카지노로 안내한 혐의(도박방조)로 이모(46)씨 등 사채업자 두 명과, 남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 모 구청 7급 공무원 박모(46)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성씨 등은 지난 4월 유모(50)씨의 여권과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서 이씨 등 사채업자에게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3억여원을 빌려 4월28일부터 5월5일까지 마카오와 말레이시아 파항(Pahang)에 있는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이들은 해외 카지노에서 사채놀이를 하며 도박판을 소개해주는 업자들이 재력가에게는 도박자금을 쉽게 빌려주는 점을 노려 서울 여의도에 시가 1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유씨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평소 알고 지내던 박씨에게서 얻어 신분증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근저당이 설정되지 않은 고가의 아파트 소유주를 찾으려고 강남과 여의도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다가 15년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유씨 소유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떼 위조한 신분증과 함께 사채업자에게 보여주는 등 재력가 행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외국에 자주 드나드는 것처럼 보이려고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출입국 당국이 사용하는 심사인(印)을 위조해 여권에 여러 번 찍기도 했다.

마카오 등지의 해외 카지노에서 활동하는 사채업자들은 이들이 담보 없는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서울까지 날아와 부동산 서류와 신분증을 확인하고서 별다른 의심 없이 10%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고 카지노 VIP실 출입에 필요한 회원카드도 만들어줬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해외 카지노에서 돈을 날리고 현지 사채업자에게서 이같은 방법으로 돈을 끌어다 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