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로 촉발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되면서 원 · 달러 환율이 닷새 만에 1200원 밑으로 떨어졌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10전 내린 1194원90전을 기록했다. 원 · 달러 환율은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에다 북한 리스크 등으로 지난 24일 1200원대로 뛰어오른 뒤 27일까지 1200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이틀간 환율 하락폭은 58원40전에 이르렀다.

전날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큰 폭 반등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다소 약화된 것이 원 · 달러 환율 하락의 배경이 됐다. 특히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 · 달러 선물환율이 하락했다는 소식에 원 · 달러 현물환율도 내림세로 출발했다. 특히 중국이 유로화 자산의 축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더 커지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확산됐다.

서울 증시에서 외국인이 10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환율 하락폭이 커졌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7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그간 환율 상승을 이끌었던 역외세력이 달러 매도에 나섰다. 수출업체들이 네고(수출환어음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에 달러가 넘쳤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환율이 크게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남유럽 재정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될 성격이 아니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완전히 안정된 게 아니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한반도 긴장 역시 낮아지고는 있으나 북한이 돌출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환율이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원 · 달러 환율은 1180~1210원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장기적으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을 반영해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장이나 외환당국이나 원 · 달러 환율 수준이 1150원 수준일 때 모두가 편안함을 느낀다"며 "악재에 둔감해진다면 이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점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에 접어들면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특히 올 연말께는 1050원 수준을 기록하며 하반기 전체 평균은 1070원으로 전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