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殺)이란 사람을 해치는 모진 기운이다. 민간신앙에서는 질병,사고,죽음 따위는 모두 살이 껴 생기는 불행이라고 믿고 있다. 여기서 살은 무속적인 산신살 · 용왕살 등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신물(神物)들에 두루 존재한다고 한다. 풍수에서는 땅과 주변의 지형물도 흉한 형상이면 살기를 뿜어낸다고 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집무실이나 자택의 창문에서 밖을 둘러보면 이맛살이 찌푸려지고 눈엣가시처럼 느껴지는 물건이나 지형물이 한두 개 있게 마련이다. 종교적으로 꺼리는 것들도 있지만 돌출된 바위,날카로운 모서리나 지붕을 가진 건물,죽은 나뭇가지,뾰족한 송전탑,그리고 무기를 닮은 물체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풍수의 원칙은 '바라다 보이는 살은 아무리 멀리 있어도 해를 입히고,바라다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크고 가까이 있어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이다. 따라서 기분 나쁘게 여겨지는 물건들이 정면에서 바라보이면 나쁜 느낌으로만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CEO의 기운을 해치는 불편한 기를 내뿜는다.

화랑 관련 사업을 하는 A씨는 2006년 가을,서울 평창동으로 이사올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수려한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평창동에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한국 화단의 터줏대감 같은 유명 화가들이 일찌감치 터를 잡고 있어서다. 국내 최대인 G아트센터가 1998년 이곳으로 이전해 왔고,K갤러리도 새롭게 문을 여는 등 하루가 다르게 미술인촌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A씨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초 물품 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부도가 나 며칠을 끙끙 앓았다. 일확천금의 기회라고 생각해 미리 사둔 유명 화가의 그림이 경매에서 위작 시비에 휘말려 속을 새까맣게 태웠다.

A씨의 집무실을 찾아가 창 밖을 내다보는 순간 규봉(窺峰 · 도둑놈 산)의 살기가 번개처럼 뻗쳐오는 것을 느꼈다. 붓끝처럼 뾰족한 봉우리가 집무실 안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다. 살기를 띤 규봉은 적이 칼과 창을 들고 쳐들어오는 것처럼 위협적이다. 규봉이 보이면 도둑을 맞거나 소송에 휘말려 재산상의 손실을 입게 된다. 따라서 CEO는 풍수적인 '비보책(裨補策)'을 사용해 살기를 퇴치하거나 중화시켜야 한다.

전통적으로 흉물이나 잡귀를 물리치는 데 많이 사용하는 것이 거북 석상이다. 거북은 신령한 기운을 지녀 흉한 지형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퇴치한다. 거북은 또 알을 많이 낳기 때문에 재운도 끌어들여 사업 번창에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 한 쌍의 돌 거북을 구입해 비봉 쪽에 설치했다.

풍수적인 '비방(秘方)'은 신속하고 강력한 효과를 준다. CEO의 집무실 주변에 흉물이 있으면 돌 거북의 머리를 그쪽으로 두라고 권하고 있다. 거북은 용맹한 장수 같은 힘을 발휘해 회사에 불운이 생기기 않도록 지켜준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