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산책] 쇼팽이 만들어낸 기적을 체험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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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페라이어 '쇼팽 연주 편집 앨범'
신이 존재하는 것을 가장 잘 증명해 주는 예가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 감동받는 그 순간'이라고 한다. 뛰어난 천분(天分)을 갖고 위대한 예술 작품을 재현해내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공연장이나 음반으로 접하는 일을 '신이 만들어낸 기적을 체험하는 순간'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예프게니 키신(39)과 머레이 페라이어(63).나이도 다르고 민족적 배경과 성장 과정도 다르지만 두 피아니스트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결코 얻을 수 없는 실력을 갖춘 음악가다. 최근 꾸준히 한길을 걸어 온 두 사람의 쇼팽 연주 편집 앨범이 나란히 발매됐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피아노를 위해 보석같은 레퍼토리를 만든 작곡가 쇼팽은 피아노의 '마음'이자 '고향'이기도 하다. 각각 다섯 장씩 편집된 이번 앨범은 고르게 정돈된 녹음 상태와 선곡 면에서 모두 알차다. 아울러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쇼팽 해석을 통해 자신의 예술을 살찌워온 연주자의 성장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이제 막 40대에 들어서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에게 쇼팽은 무척이나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만 12세 때 쇼팽의 협주곡 두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면서 센세이셔널한 데뷔 무대를 치렀고,그 후에도 자신의 경력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무대마다 늘 앞세웠던 프로그램은 쇼팽의 걸작들이었다.
이번 앨범에는 그가 뉴욕 카네기 홀에서 데뷔했던 1993년 녹음과 더불어 독일 스튜디오 레코딩,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실황 등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마주르카나 녹턴 등 규모가 작은 소품에서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굵은 선과 깊은 음영을 통해 큰 스케일로 그려내는 것이 키신 해석의 핵심이다.
발라드나 스케르초,소나타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작품 속에서도 세밀한 뉘앙스나 다이내믹,템포 루바토의 섬세한 표현을 통해 작품의 핵심을 표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모해가는 작품과 작곡가에 대한 시각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유명한 '영웅' 폴로네이즈의 경우 시기가 다른 연주로 두 개의 버전이 수록돼 있다.
1947년생인 미국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는 25세 때인 1972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승인 미에치슬라프 호르쇼프스키,루돌프 제르킨 등 대가들과 앙상블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기 위해 훈련하던 '겸손한' 연주자였다.
이번 편집 앨범은 바흐,모차르트,슈베르트,멘델스존 등과 더불어 그의 기둥 레퍼토리인 쇼팽의 대표 작품들을 데뷔 시절부터 최근의 녹음까지 망라해 꾸몄다. 날카롭고 예민한 감각과 하드보일드적인 정서로 작품 윤곽을 명확히 그리는 동시에 깔끔한 서정성을 자랑했던 젊은 시절의 해석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다 둥글둥글해진 음상과 농염한 감성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아날로그 시대의 녹음인 소나타2,3번 등과 가장 최근의 녹음인 에튀드 등을 이어서 감상하노라면 맑고 깨끗한 음색과 변하지 않는 젊음의 싱싱함을 60대 중반인 지금에도 지니고 있는 '타고난 피아니스트' 페라이어의 진가를 실감하게 된다.
피아니스트 김주영
예프게니 키신(39)과 머레이 페라이어(63).나이도 다르고 민족적 배경과 성장 과정도 다르지만 두 피아니스트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결코 얻을 수 없는 실력을 갖춘 음악가다. 최근 꾸준히 한길을 걸어 온 두 사람의 쇼팽 연주 편집 앨범이 나란히 발매됐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피아노를 위해 보석같은 레퍼토리를 만든 작곡가 쇼팽은 피아노의 '마음'이자 '고향'이기도 하다. 각각 다섯 장씩 편집된 이번 앨범은 고르게 정돈된 녹음 상태와 선곡 면에서 모두 알차다. 아울러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쇼팽 해석을 통해 자신의 예술을 살찌워온 연주자의 성장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이제 막 40대에 들어서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에게 쇼팽은 무척이나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만 12세 때 쇼팽의 협주곡 두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면서 센세이셔널한 데뷔 무대를 치렀고,그 후에도 자신의 경력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무대마다 늘 앞세웠던 프로그램은 쇼팽의 걸작들이었다.
이번 앨범에는 그가 뉴욕 카네기 홀에서 데뷔했던 1993년 녹음과 더불어 독일 스튜디오 레코딩,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실황 등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마주르카나 녹턴 등 규모가 작은 소품에서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굵은 선과 깊은 음영을 통해 큰 스케일로 그려내는 것이 키신 해석의 핵심이다.
발라드나 스케르초,소나타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작품 속에서도 세밀한 뉘앙스나 다이내믹,템포 루바토의 섬세한 표현을 통해 작품의 핵심을 표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모해가는 작품과 작곡가에 대한 시각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유명한 '영웅' 폴로네이즈의 경우 시기가 다른 연주로 두 개의 버전이 수록돼 있다.
1947년생인 미국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는 25세 때인 1972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승인 미에치슬라프 호르쇼프스키,루돌프 제르킨 등 대가들과 앙상블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기 위해 훈련하던 '겸손한' 연주자였다.
이번 편집 앨범은 바흐,모차르트,슈베르트,멘델스존 등과 더불어 그의 기둥 레퍼토리인 쇼팽의 대표 작품들을 데뷔 시절부터 최근의 녹음까지 망라해 꾸몄다. 날카롭고 예민한 감각과 하드보일드적인 정서로 작품 윤곽을 명확히 그리는 동시에 깔끔한 서정성을 자랑했던 젊은 시절의 해석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다 둥글둥글해진 음상과 농염한 감성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아날로그 시대의 녹음인 소나타2,3번 등과 가장 최근의 녹음인 에튀드 등을 이어서 감상하노라면 맑고 깨끗한 음색과 변하지 않는 젊음의 싱싱함을 60대 중반인 지금에도 지니고 있는 '타고난 피아니스트' 페라이어의 진가를 실감하게 된다.
피아니스트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