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원 · 달러 환율이 오전 한때 50원 이상 폭등하면서 달러당 1270원대까지 치솟자 시중은행 창구에는 개인들의 환전과 외화송금 문의가 빗발쳤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에 크게 당황하면서 앞으로의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환전이나 해외송금 건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우리은행 유학이주센터 직원은 "현재 환율이 단기간에 급상승하다 보니 개인들이 환전이나 송금을 미루면서 사태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서울 광화문 지점에 근무하는 안태현 부장은 "이달 초만 해도 환율이 더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갑자기 환율이 큰 폭으로 뛰니까 고객들이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다"며 "유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출국하는 시기는 대개 7월부터인데 지금 환율이 워낙 불안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민우 신한은행 파이낸스 골드PB센터 팀장은 "실제 창구에서 거래건수는 오히려 평소보다 줄었다"며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송금을 미루거나 현지에서 대출을 받는 등 다른 대안을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동근 한국씨티은행 외환파생운용부 과장은 "현 시점에서 단기 고점에 대한 예측은 어렵지만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견조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연말에는 다시 11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 PB들은 이에 따라 일단 당분간 해외 송금을 자제하고 대금 결제일은 최대한 늦추면서 환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다수 외환 전문가들이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이 다시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여유가 있다면 기다려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외화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분산송금이나 현지 대출,국제현금카드나 신용카드 사용 등을 추천했다. 조재성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해외 송금이 불가피하다면 날짜를 나눠 금액을 분산해 송금하는 방법 외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국내에 예치한 원화예금을 현지 화폐로 찾아 쓸 수 있는 국제현금카드는 인출 시점에 자동적으로 환전이 이뤄지므로 환율이 유리할 때마다 찾아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지역의 PB센터에는 환차익을 노리고 보유달러를 팔거나 해외교포들의 역(逆)송금 문의도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시중은행의 한 PB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초 1100원대 초반에 달러를 매입했던 해외교포들의 달러 송금문의가 최근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4일과 25일 보유 달러를 팔아 환차익을 보려는 고객의 문의가 10건 이상 있었다"며 "이들은 1인당 최소 10만달러 이상을 팔았다"고 전했다.

이호기/이심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