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정문 앞.법정계량단위인 ㎡ 대신 평(坪)을 표기한 '43평 분양가 파격 인하'라는 광고 팻말이 눈에 띄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 직원은 "25평형은 다 나갔다" "43평형은 확장형이라 47평형이나 다름없다"는 등의 설명을 들려줬다. 전시용 침실에는 '4.2m×3.9m'와 함께 '14자×13자입니다'라는 설명이 함께 표기돼 있었다. 같은 날 서울 중구 중부시장에는 '헛개열매 1되 5000원''햇새우 1근 2만원' 등의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가 2007년부터 법정계량단위 이외의 단위를 사용하는 기업과 상가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척관법 표기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25일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법정계량단위 사용 정착도는 지난해 11월 기준 27%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정착되지 않은 분야는 부동산 · 건설 분야로 ㎡ 사용률이 8%(평 병기 제외)에 불과했다. 재래시장에서도 근,말,되 등을 주로 사용해 g 사용률이 24%에 그쳤다. 법정단위 사용이 가장 잘되는 분야는 정육점으로 g 사용률이 94%에 이르렀다.

위반 사례는 법정단위와 비법정단위를 병행표기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내 가전점에서는 에어컨에 붙인 광고문에 '용량 48.8㎡'와 함께 '15평형에 해당한다'는 문구를 함께 표시했다. 한 대형 가전업체는 남아공 월드컵 사은행사를 진행하면서 '황금 10돈(37.5g)'을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아직 인치나 돈에 익숙해 병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법정단위를 기준으로 숫자만 표기하고 단위 자체는 쓰지 않는 편법도 사용되고 있다.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LCD TV를 판매하면서 50인치 대신 '50형'으로,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32인치 대신 '32C4000' 등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정부 당국은 비법정단위 사용이 여전함에 따라 위반업체 등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을 검토 중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