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restart)는 '우리 경제도,우리 회사도 교육으로 리스타트!'를 슬로건으로 지난해부터 한경이 펼치고 있는 교육 캠페인이다. 재교육 기회가 적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기획한 것이지만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교육'에서 찾는 기업과 조직이 늘어나면서 외연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기계연구원은 국책 연구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리스타트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공계 연구기관으로는 이례적으로 박사급 연구원 전원에게 비즈니스 마인드 교육을 시켜 대덕단지 전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이 교육을 직원들에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천 기계연구원 원장을 만났다.

▼이공계 박사들에게 비즈니스 교육을 시키게 된 계기는.

"연구원 가운데 박사 이상이 80%입니다. 연구 성과가 뛰어나지만,국책 연구기관은 연구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시켜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자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연구를 수행해야 사업화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연구자 자신이 원했던 결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기술을 기업에서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실용화 연구 · 개발(R&D)이 이뤄져야 합니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죠."

▼개인적 성향이 강한 연구자들을 한 자리에서 교육시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연구원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전 나의 경험을 얘기해주며 설득했죠.대학 교수 시절 거액의 정부 예산을 받았는데,그걸 제대로 활용하려고 하니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포스텍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해 공부했죠.교수가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 쉽겠습니까. 그러나 그 과정에서 리더십을 배웠고 기획,마케팅,전략 등의 경영이론도 익혔습니다. 이후 정부 예산을 받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 경험을 후배 박사들도 갖기를 원하는 내 진심을 이해하게 되자 모두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더군요. "

▼구체적으로 무엇을 교육했습니까.

"매주 월요일 업무를 끝내고 3시간씩 10주간 강행군을 했습니다. 마케팅 브랜딩 인적자원관리 성과관리 전략경영 문제해결 등 경영의 핵심 과목을 두루 다뤘죠.그 사이 공공기관인 만큼 상급기관의 평가 등 바쁜 일정도 많았는데,간부들이 잘 따라줬습니다. 교육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아주 좋게 나왔고요. 사실 교육을 통해 얻는 가장 큰 덕목은 자신도 모르는 스스로의 잠재력을 발견하는데 있는 것 아닌가요. 간부들이 그런 기회를 가진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봅니다. "

▼비즈니스 교육을 강화하기 이전의 교육체계는 어땠습니까.

"부임 당시만 해도 기계연구원의 교육시스템은 구성원 스스로가 찾아 하는 자발적 교육체제였습니다.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개인 각자가 전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스스로 찾아야 하니 동기 부여가 약했고 효과가 낮았죠.이를 극복하기 위해 '융 · 복합화와 글로벌화'라는 시대에 맞춰 목표 지향적 교육시스템을 구축했고,교육도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해 실행하고 있습니다. "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전 직원 월례회,주례 간부회의,전체 직원 연수회,간부 워크숍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비즈니스 교육을 골자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습니다. 또 연구인력의 전문교육을 위해 외국의 유수 기관과 협약을 맺고 해외 연수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신입 연구원에 대해서는 조직문화에 쉽고 빠르게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연구부서와 행정부서를 오가며 실무를 직접 익힐 수 있는 교환 교육도 실시하고 있고요. 이런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소통 채널의 다양화로 연구원 특유의 개인 중심 문화도 다함께 협력하는 조직문화로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

▼올해 교육 계획은.

"중 · 단기 연수,박사 후 과정,연구 연가 등 해외 파견 제도를 강화해 선진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 확충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비즈니스 교육 기회를 직원들에게 확대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변화 트렌드를 익힐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요. 한경 리스타트 캠페인과 연계해 지원 분야의 직무교육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

영남대 총장을 지낸 이 원장은 창원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을 거쳐 2008년 9월부터 기계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