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음식조차도 조미료 '범벅'…제철 재료 써야 제맛 살아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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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27권 완간 허영만 화백
전국을 돌며 우리의 음식과 식재료,맛집을 찾아낸 허영만 화백(63).그가 '팔도 냉면 이야기'를 끝으로 요리만화 《식객》(전27권,김영사 펴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4일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의 표정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2002년부터 일간지에 연재했지만 기획 단계부터 따지면 무려 11년을 쏟아부은 작품"이라며 "음식 얘기만 쓰면 스토리를 망칠까봐 A4용지 1만장이 넘는 자료와 라면상자 3개를 가득 채운 사진 등은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연재한 에피소드는 모두 135개.《식객》은 진정한 의미의 국내 첫 '전문만화'로 평가받으며 300만권 이상 팔렸고 국산 만화로는 처음으로 일본 메이저 출판사인 고단샤에 수출돼 10만부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영화(2007년 개봉 · 300만명 관객 돌파,올해 두 번째 영화 개봉 예정)와 드라마(2008년 24부작 방영)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쌀 · 소고기 · 청국장 · 소금 · 대령숙수 · 김치 등 한식의 세계를 다채롭게 담아낸 《식객》은 단순히 만화에 머물지 않았다. '소고기 전쟁편(제3권)'은 일반인이 알기 힘든 비육우의 등급 판정 등을 쉽게 설명해 축산물등급판정소로부터 홍보 자료 요청을 받기도 했고,40년 넘게 광물로 분류돼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국산 천일염도 새롭게 조명했다. 의정부의 한 부대찌개 식당은 지역 명소로 탈바꿈했다.
그의 '한식관(韓食觀)'은 무엇일까. "섬과 깊은 산속 마을에 들어가 그 곳 사람들만의 음식과 조리법을 찾아 다녔는데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음식맛이 여느 서울의 식당과 다를 바 없지 뭐예요. '여기까지 음식이 망가졌구나'하고 실망했죠.그저 음식은 버리지 않을 만큼만 만들어 먹고 제철 재료를 쓰는 것이 최고 아닐까요. "
그러면서 "음식은 떠난 연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다려야 하는데 요즘엔 하우스 재배로 사시사철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음식 귀한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화를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중 《비트》 《미스터Q》 《타짜》 등 15편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됐다. 오는 29일 개봉되는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원작 박흥용의 동명 만화)과 지난 주말 종영된 TV드라마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원작 박봉성 만화) 등도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설도 마찬가지이지만 영화 · 드라마 제작자들이 만화를 원래 많이 봐요. 기본이 시나리오인데 만화는 그림과 스토리가 모두 구체적이죠.이미 독자들에게 검증된 작품이라면 투자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잖아요. "
상상력과 현실성이 적절히 배합된 만화야말로 문화 콘텐츠의 보고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국내 출판 만화시장이 어려운 상태에서 일본 작품이 쏟아져 들어와 걱정"이라며 "더 많은 만화 작품이 영상으로 제작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기작으로 칭기즈칸의 인생을 담은 사극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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