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요즘 BDI(발틱해운운임지수) 어때?"(광화문 인근 식당 A 여사장)

"나흘 연속 올라 4000선 뚫을 기세네요. "(선주협회 김 과장)

"그래,냉장고에 안줏거리 넉넉히 쟁여놔야겠네."(A 여사장)

세종문화회관 뒤편 서울 종로구 당주동 100 세종빌딩 인근 식당가 주인과 종업원들은 해운에 관한한 반(半)전문가다. 이 일대 식당가를 찾는 손님 대부분이 BDI에 민감한 인근 해운업계 종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문을 열기 전 인터넷에서 BDI부터 찾아보고 음식재료를 준비할 정도다.

당주동 100 일대는 한국 해운의 메카로 꼽히는 곳이다. 한국선주협회가 세들어 있는 세종빌딩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에 200개의 해운 관련 업체가 몰려 있다. SK해운,장금상선,KSS해운 등 해운업체와 한진,모락스 등 종합물류회사,코리아해운 등 국제해운대리점업체,포워딩회사(화주의 대리인으로서 화물을 실어나를 선박을 알선하는 업체),선박매매브로커,벙커링업체(선박기름인 벙커C유 공급업체) 등이 들어서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진해운과 작년에 대학로 인근 연지동으로 옮긴 현대상선,강남으로 떠난 대한해운도 새사옥을 마련하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 광화문 시대를 보냈다.

광화문 일대에 해운 관련 업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부터.삼성,LG 등 대형화주들이 몰려 있어 이들과 화물운송 계약을 해야 하는 해운업체들도 자연스레 인근 빌딩에 세를 얻어 들어왔다. 이후 세계 7대 해양국가로 발돋움하면서 새로 생겨난 중소해운사들과 화주들의 물량운송을 대행해 주는 포워딩회사 100여곳도 이 일대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에 해운경기가 좋아지거나 나쁠 때 보유한 선박을 처분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선박매매 회사도 생겨나고 해운사들이 운영하는 선박에 기름을 공급하는 벙커링업체들의 사무실도 잇달아 들어섰다. '광화문의 파워'는 옛 해양수산부를 이곳으로 불러들였을 정도다. 1973년 해운항만청이 설립돼 1996년 해양수산부로 승격되기 전까지 항만청은 종로4가에 있었다. 부처 사무실이 한때 서울 강남역 인근 한솔빌딩에 마련됐지만 해운 관련 업체들이 몰려 있는 광화문과의 유기적인 관계형성이 어려워지자 2년 만인 1998년 다시 광화문 인근(충청로)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종로구 당주동 등 광화문 일대 상권경기는 해운시황이 바로미터다. 작년 말부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해운경기의 회복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일대 상권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음식점 '끼니와 새참'의 김모 사장은 "해운 관련 업체 직원들이 주 고객이다 보니 파나막스,케이프사이즈,BDI 등 간단한 해운용어는 알고 있어야 손님들과 대화가 된다"며 "해운경기가 좋아지면 음식을 넉넉히 준비하고 시황이 나쁘면 재료를 덜 사고 그런다"고 귀띔했다. 종로구에 있는 한식집 장원 관계자는 "작년엔 회식이나 손님 접대차원의 예약이 거의 없었다"며 "올 들어 다시 예약손님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