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금리가 역전되는 일이 벌어졌다. 저축은행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금리를 계속 인하하고 있는 반면 시중은행들은 부동자금 유치를 위해 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 봉천동에 있는 삼보저축은행은 최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연 4.0%에서 3.0%로 1%포인트 낮췄다. 이는 현재 3%대 중후반의 금리를 주고 있는 시중은행보다도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연 3.0%는 저축은행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일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예수금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최근 밀려드는 예수금으로 돈은 넘쳐나지만 정작 이를 굴릴 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서울)과 대구에 있는 엠에스저축은행도 지난주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기존 연 4.1%에서 0.1%포인트 하락한 4.0%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만 해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3.4%의 금리를 제공했지만 지난 7일 3.5%로 0.1%포인트 올렸다. 지난 14일부터는 다시 0.1%포인트 인상한 연 3.6%의 금리를 주고 있다. 신한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지난달 말 연 3.23%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55%로 상승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은 이달 초 삼성생명과 만도의 공모주에 청약했다가 환불받은 부동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으로 떠나갔던 대규모 자금을 다시 은행으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라며 "은행 내부 기준금리가 아닌 지점장 전결금리 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올린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저축은행들이 돈을 운용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진 점을 감안하면 저축은행들이 계속해서 예금금리를 내릴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