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키즈' 보란듯이…연장 3번째홀 신들린 벙커샷 승부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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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3년만에 美LPGA 우승
4R 악천후로 취소 연장 돌입
린시컴 등 제치고 통산 25승
4R 악천후로 취소 연장 돌입
린시컴 등 제치고 통산 25승
"
역시!" "돌아온 박세리!"
2007년 7월 미국LPGA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만 해도 박세리(33)의 투어 생활은 평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벨 마이크로 LPGA클래식'에서 다시 우승하기까지 2년10개월은 박세리에게 뼈아픈 시간이었다. 그에 대한 평가도 '한국 여자골프의 대명사'에서 '아직도 뛰고 있는 그저그런 현역' 정도로 절하됐다. 그러나 박세리는 역시 박세리였다. 힘들수록 특유의 오기로 버틴 그가 드디어 일을 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행운 따라 준 연장전
미LPGA투어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골프장(파72)에서 열린 벨 마이크로 LPGA클래식에서 연장전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 통산 25승째를 거두며 우승상금 19만5000달러도 챙겼다.
박세리는 전날 3라운드까지 13언더파 203타로 공동 선두였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브리타니 린시컴(미국)과 함께 4라운드 3번홀까지 치른 뒤 악천후로 경기를 중단했다. 이때까지 박세리가 보기 1개로 한 타를 잃었고 페테르센은 이븐파,린시컴이 버디 1개를 잡아 단독 선두로 올라선 상황이었다. 박세리는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밀려났으나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아 4라운드가 아예 취소되는 바람에 연장전에 직행하는 행운을 누렸다.
박세리는 3라운드까지 공동 1위였던 페테르센,린시컴과 함께 18번홀(파4 · 402야드)에서 연장 승부를 시작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경기에서 페테르센이 두 번째 홀에서 탈락했다. 박세리는 연장 세 번째 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홀까지 164야드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 옆 3m 지점에 멈추는 환상의 샷을 선보였다.
반면 린시컴은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들어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10m 가까운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침착하게 버디 퍼트에 성공한 박세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 · 구 조화' 이룬다
박세리는 이날 신지애(22 · 미래에셋) 최나연(23 · SK텔레콤) 등 이른바 '세리 키즈'의 축하 샴페인 세례를 받으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박세리는 미LPGA투어에서 연장전을 여섯 번 치러 모두 이기는 '연장 불패' 신화도 이어갔다. 또 페테르센의 우승을 저지해 신지애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박세리의 이번 우승으로 미LPGA투어 1세대들이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현재 미LPGA투어에는 정일미(38 · 엔프리시스)를 비롯 강수연(34 · 하이트) 김미현(33 · KT) 박지은(31) 박희정(30) 장정(30 · 기업은행) 등 '베테랑'들이 활약하고 있다. 외국 선수들은 줄리 잉스터와 크리스티 커,팻 허스트(이상 미국),마리아 요르트(스웨덴),캐리 웹(호주),카트리나 매튜(영국) 등 30대 이상의 경험 많은 선수들이 완숙미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신지애를 비롯 김인경(22 · 하나금융) 김송희(22 · 하이트)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맹활약한 데 이어 올해는 베테랑급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돼 '신 · 구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올해도 미LPGA투어에서 '코리안 시스터스' 돌풍이 거셀 것이란 얘기다.
◆앞으로 박세리의 일정은
박세리는 우승 직후 전화 통화에서 "기다려왔던 만큼 우승의 의미가 크다"며 "많은 지인과 팬들께 조금이나마 기쁨을 줄 수 있고 (우승) 부담을 덜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2년여간 마음 고생이 눈 녹듯 사라져 기쁘다는 얘기다.
박세리는 "샷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퍼트 난조로 대회 때마다 고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트 방법을 많이 바꿨다.
"스탠스를 기존의 스퀘어(직각)에서 왼발을 목표 쪽으로 좀 더 향하는 오픈 스탠스로 변경했어요. 손 위치도 중간에서 좀 더 왼쪽으로 향하고 퍼트 라인을 보는 시선은 약간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했어요. 무엇보다 꾸준히 연습했던 게 주효했어요. "
가장 큰 관심은 향후 대회 출전 일정과 은퇴 여부다. 그는 올 시즌 미LPGA투어 대회에 계속 출전한다고 말했다. 또 "선수 생활에서 은퇴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직 선수 생활을 하는 게 더 좋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더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최정상에서 은퇴하는 게 목표"라면서 "하지만 한 번 우승했다고 은퇴를 이야기하는 건 이르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역시!" "돌아온 박세리!"
2007년 7월 미국LPGA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만 해도 박세리(33)의 투어 생활은 평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벨 마이크로 LPGA클래식'에서 다시 우승하기까지 2년10개월은 박세리에게 뼈아픈 시간이었다. 그에 대한 평가도 '한국 여자골프의 대명사'에서 '아직도 뛰고 있는 그저그런 현역' 정도로 절하됐다. 그러나 박세리는 역시 박세리였다. 힘들수록 특유의 오기로 버틴 그가 드디어 일을 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행운 따라 준 연장전
미LPGA투어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골프장(파72)에서 열린 벨 마이크로 LPGA클래식에서 연장전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 통산 25승째를 거두며 우승상금 19만5000달러도 챙겼다.
박세리는 전날 3라운드까지 13언더파 203타로 공동 선두였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브리타니 린시컴(미국)과 함께 4라운드 3번홀까지 치른 뒤 악천후로 경기를 중단했다. 이때까지 박세리가 보기 1개로 한 타를 잃었고 페테르센은 이븐파,린시컴이 버디 1개를 잡아 단독 선두로 올라선 상황이었다. 박세리는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밀려났으나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아 4라운드가 아예 취소되는 바람에 연장전에 직행하는 행운을 누렸다.
박세리는 3라운드까지 공동 1위였던 페테르센,린시컴과 함께 18번홀(파4 · 402야드)에서 연장 승부를 시작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경기에서 페테르센이 두 번째 홀에서 탈락했다. 박세리는 연장 세 번째 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홀까지 164야드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 옆 3m 지점에 멈추는 환상의 샷을 선보였다.
반면 린시컴은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들어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10m 가까운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침착하게 버디 퍼트에 성공한 박세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 · 구 조화' 이룬다
박세리는 이날 신지애(22 · 미래에셋) 최나연(23 · SK텔레콤) 등 이른바 '세리 키즈'의 축하 샴페인 세례를 받으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박세리는 미LPGA투어에서 연장전을 여섯 번 치러 모두 이기는 '연장 불패' 신화도 이어갔다. 또 페테르센의 우승을 저지해 신지애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박세리의 이번 우승으로 미LPGA투어 1세대들이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현재 미LPGA투어에는 정일미(38 · 엔프리시스)를 비롯 강수연(34 · 하이트) 김미현(33 · KT) 박지은(31) 박희정(30) 장정(30 · 기업은행) 등 '베테랑'들이 활약하고 있다. 외국 선수들은 줄리 잉스터와 크리스티 커,팻 허스트(이상 미국),마리아 요르트(스웨덴),캐리 웹(호주),카트리나 매튜(영국) 등 30대 이상의 경험 많은 선수들이 완숙미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신지애를 비롯 김인경(22 · 하나금융) 김송희(22 · 하이트)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맹활약한 데 이어 올해는 베테랑급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돼 '신 · 구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올해도 미LPGA투어에서 '코리안 시스터스' 돌풍이 거셀 것이란 얘기다.
◆앞으로 박세리의 일정은
박세리는 우승 직후 전화 통화에서 "기다려왔던 만큼 우승의 의미가 크다"며 "많은 지인과 팬들께 조금이나마 기쁨을 줄 수 있고 (우승) 부담을 덜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2년여간 마음 고생이 눈 녹듯 사라져 기쁘다는 얘기다.
박세리는 "샷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퍼트 난조로 대회 때마다 고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트 방법을 많이 바꿨다.
"스탠스를 기존의 스퀘어(직각)에서 왼발을 목표 쪽으로 좀 더 향하는 오픈 스탠스로 변경했어요. 손 위치도 중간에서 좀 더 왼쪽으로 향하고 퍼트 라인을 보는 시선은 약간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했어요. 무엇보다 꾸준히 연습했던 게 주효했어요. "
가장 큰 관심은 향후 대회 출전 일정과 은퇴 여부다. 그는 올 시즌 미LPGA투어 대회에 계속 출전한다고 말했다. 또 "선수 생활에서 은퇴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직 선수 생활을 하는 게 더 좋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더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최정상에서 은퇴하는 게 목표"라면서 "하지만 한 번 우승했다고 은퇴를 이야기하는 건 이르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