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들이 잇따라 회사명을 변경하고 있다. 회사의 장기 비전을 명확히 하거나 그동안 진행해온 신사업 성과를 사명에 반영하는 '명패 바꿔달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영위하는 사업의 개념을 사명에 정확히 반영하는 회사들도 눈에 띈다.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사명을 바꾸는 것은 2000년대 초 대기업 계열 분리가 러시를 이뤘을 때 이후 처음이다. 기업들은 사명 변경을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전을 담아라

삼성코닝정밀유리는 16일 창립 15주년을 맞아 회사 이름을 삼성코닝정밀소재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코닝이 합작해 만든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디스플레이용 유리 생산이다. 앞으로 유리를 넘어 소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회사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그동안 주력 사업인 기판유리 제조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재료,에너지,세라믹 소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미 작년 미국 코닝사와 합작으로 코삼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해 태양광 관련 소재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헌식 사장은 "사명 변경은 2020년까지 세계 최고의 무기 소재 전문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회사 간판을 바꿔 단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LG텔레콤을 꼽을 수 있다. LG텔레콤은 지난 주말 이사회를 열어 7월부터 'LG유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상철 부회장은 "10년 이상 사용한 사명을 버리는 것은 만년 3위 사업자란 이미지를 깨뜨리기 위한 결단이며 '탈(脫)통신'으로의 출항 선언"이라고 말했다. 탈통신은 이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강조해온 비전으로,통신 영역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은 버림의 미학도 강조했다. 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키패드를 버리고 터치스크린 화면의 아이폰을 탄생시킨 것처럼 관행을 버리고 탈통신 1위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한화석유화학도 한화케미칼로 이름을 바꿨다. 태양광 2차전지 등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과거 이름에서 묻어 나오던 내수 중심의 사양산업 이미지를 탈피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업의 본질을 알려라

회사의 현재 주력 사업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이름을 바꾼 회사들도 있다. 삼성투신운용이 삼성자산운용으로 바꾼 것을 비롯해 동양자산운용,신영자산운용 등도 회사명에서 '투신'을 떼어냈다. 투신,즉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Investment Trust)라는 용어를 외국인 고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냐"는 질문이 많았던 탓이다.

그룹 계열사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는 회사들도 있다. 포스코그룹은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을 합쳐 포스코ICT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재 전문기업인 포스렉은 포스코켐텍으로 변경했다.

LIG그룹은 계열사 LIG건영과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의 이름을 LIG건설과 LIG에이디피로 바꿨고 OCI는 소디프신소재를 OCI머티리얼즈로 변경했다.

김용준/조재희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