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자동차가 앨런 멀랠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와 관련, "정년 없이 본인이 원하는 기간만큼 CEO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평생 CEO' 자격을 부여한 셈이다.

빌 포드 포드자동차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주주들과 연례총회를 갖고 "멀랠리는 포드를 위해 완벽하게 일해왔다"며 "포드는 그가 원하는 만큼 현직에 머무르게 하고싶다"고 말했다. 멀랠리의 지난해 연봉은 기본급이 140만달러, 스톡옵션과 인센티브를 합하면 1790만달러에 달한다.

멀랠리 CEO는 1969년 보잉에 입사, 37년간 엔지니어로 일하며 상업기 부문 최고책임자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보잉의 유력한 차기 CEO로 수차례 거론되기도 했으나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그러던 차에 맬럴리는 포드 창립자인 헨리 포드의 증손자이자, 포드 이사회 의장 겸 CEO였던 빌 포드의 눈에 들어 2006년부터 포드 CEO직을 맡게 됐다. '항공사 출신이 무슨 자동차산업을 아느냐'는 비판도 일었지만, 멀랠리는 지난해 27억달러의 순익을 올리며 입사 3년 만에 포드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CEO직을 맡은 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회사 브랜드와 건물을 담보로 230억달러의 대출을 결정한 것은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판단'으로 회자된다.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미리 내다본 것이다. 포드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빅3' 중 유일하게 정부지원을 받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빌은 멀랠리를 2010년의 인물로, 모터트렌드는 '2010년 파워리스트' 2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 나이 65세, 은퇴를 고려하게 되는 이순(耳順)을 훌쩍 넘었건만 멀랠리 CEO는 적어도 당분간 자리 보전에 걱정이 없을 전망이다. 그는 '평생 CEO' 발언이 나온 연례회의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지속적인 발전과 수익 확대를 향해 순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